지금이 몇 시인지 알고 싶다면 시계를 보면 됩니다
어디로든 가지 않을 수도 있고
좀 더 복잡해질 수도 있습니다
함부로, 쉽게, 간단하게
지워 버려도 의미가 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사를 사랑합니다
한없이 가벼운 자세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의지를 신뢰합니다
통조림 안의 복숭아는 안전합니다
간단합니다
나는 얼마간 부사가 되어 있겠습니다
(중략)
저기 뒤뚱거리며 걸어가던 기분이 넘어집니다
펭귄처럼, 거꾸로, 각별하게
■좀 과감하게 말하자면 우리의 일생은 단 세 단어로 요악할 수 있다. '나서 살다 죽다'로 말이다. 하루하루도 그렇다. 눈뜨고 세수하고 먹고 일하고 쉬거나 놀다가 자는 게 일상이다. 그런 중에 가끔 사랑하고 헤어지고 그러는 게 전부다. 간단하다. 마치 "지금이 몇 시인지 알고 싶다면 시계를 보면" 되는 것처럼. 그러나 시계는 다만 시간을 알려 줄 뿐이다. 그 시간이 어떤 시간이 될지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다. 나는 오후 두 시에 "어디로든 갈 수 있고" 혹은 "어디로든 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은 "의지"의 문제이며, "의지"는 흔히 "부사"로 표출된다. 나는 "펭귄처럼" 또는 "거꾸로" 아니면 "각별하게" 넘어질 것이다,처럼 말이다. 그러니 결국 부사가 핵심인 셈이다. 다시 말하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는 당신이 정하는 것이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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