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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투표제 하세월]'소액주주 보호' 뒷짐진 상장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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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결정족수 채워주던 '섀도 보팅제' 유예기간 끝나
내년 '주총 대란' 예상되는데
전자투표제 계약기업 1092곳 그쳐
유가증권 41%·코스닥 60% 수준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24일 974개 상장법인의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다. 매년 3월 넷째주 금요일은 상장사의 절반 가까이가 주총을 여는 '슈퍼주총데이'다. 주주들의 참석이 어렵도록 한날, 한시에 주총을 여는 기업들의 이 같은 '담합'을 막기 위해 나온 것이 전자투표제도다. 당장 내년부터 전자투표제도를 이용하지 않고는 주총을 열기 어려운 기업들이 많아진다. 그러나 주총대란이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상장기업들의 대응은 소극적이기만 하다.
2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자투표제도를 이용하겠다고 계약한 기업은 총 1092개사(2월24일 기준)이다. 유가증권시장 321개사, 코스닥시장 725개사, 기타 46개사다. 전자투표제도가 도입된 2009년 이후 4년 동안 72개사에 불과했으나 정부가 '섀도 보팅(Shadow Voting)' 신청 기업들에게 전자투표 채택을 의무화하면서 급증했다. 그 수가 늘었다고는 해도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의 41%, 코스닥시장에서는 60%에 그치는 수준이다.

이용현황을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전자투표제도 계약을 맺은 기업 중에서도 이를 실제로 이용하고 있는 기업은 유가증권시장 775개사 중 163개사(21%), 코스닥시장 1211개사 중 366개사(30%)에 불과하다. 그간 기업들의 주총을 가능하게 했던 '섀도 보팅'이 내년이면 폐지되는데도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행 의결권 행사제도는 ▲직접 행사 ▲서면에 의한 행사 ▲전자적 행사(전자투표) ▲의결권 대리행사 ▲의결권 대리행사의 권유.전자적 권유가 있다. 주주총회에 대주주나 친기업 주주들만 참석해 주주들의 의견이 기업경영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1999년에는 서면투표제도가, 2009년에는 전자투표제도가 도입됐다.
섀도 보팅은 예탁결제원이 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의 의결권을 대신 행사해주는 제도다. 참석 주식수의 찬반 비율대로 찬반을 행사하기 때문에 예탁원의 섀도우 보팅이 안건의 통과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주총에서 '보통결의'가 성립하려면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 총수의 1/4 이상의 결의가 있어야 한다. 특별결의와 특수결의의 경우 조건이 더 까다롭다. 이 때문에 1991년 도입된 섀도우 보팅은 소액주주가 많은 상장기업들이 의결정족수 미달로 주총이 무산되는 것을 막아줬다. 그러나 소수 지배주주에 의한 정족수 확보 수단으로 남용된다는 비판에 따라 2013년 폐지됐고 이후 당장 주총대란을 겪을 기업들의 우려로 다시 올해 말까지로 폐지가 유예된 상태이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다. 주총 참석이 어려운 '기업의 주인'들이 인터넷 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자투표제도를 이용하면 주총대란을 막을 수 있는데도 기업들은 참여를 꺼리며 주주들의 권리행사를 막고 있다. 이에 국회에서는 '전자투표 의무화' 방안을 담은 상법개정안을 논의 중이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상법개정안에는 일정 규모의 상장회사의 선택에 따라 서면투표제 또는 전자투표제를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 해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 의원은 "서면투표제와 전자투표제 시행 여부를 정관 또는 이사회 결의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이용률이 저조하다"며 "전자투표 의무화로 회사의 중요한 결정에 소수주주의 참여율을 높이고 회사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장대책위원회 대표도 상법개정안 발의를 통해 소수주주의 주총 참여율을 높여 소수의견의 반영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전자투표제도를 일정 규모 상장회사에 한해 의무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해외사례를 보면 일본은 주주 1000명 이상 상장기업에 대해 서면투표를 의무화하고 이를 위한 전자통지를 승낙한 주주에 대해서는 전자투표를 거절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대만은 주주수가 1만명 이상이고 자본금이 20억 대만달러 이상인 상장회사에 대해 전자투표제도를 의무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섀도우 보팅 폐지에 대한 반발로 주총 결의요건이 주식시장의 현실에 맞게 완화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재혁 한국상장사협의회 정책홍보팀장은 "우리나라 주식 보유기간이 코스피는 5.2개월, 코스닥은 2.9개월에 그친다"면서 "주식 보유기간이 짧다는 것은 주식 보유의 목적이 '단기 투자'이지 '의결권 행사'에 있지는 않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독일, 중국과 같이 의사정족수 요건 없이 실제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식수를 기준으로 의결정족수를 규정하거나 일본처럼 의사정족수 요건이 있더라도 이를 정관으로 배제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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