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오종탁 기자] 유통가가 '닭 리스크'에 신음하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인한 가격 인상 이슈가 현재진행형인 가운데 브라질산 부패 닭고기 파문까지 일어 진퇴양난에 처했다.
이번 사태로 브라질산 닭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져 아예 닭고기 자체를 기피하려는 현상마저 나타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으로 수입되는 닭고기 가운데 83%가 브라질산이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은 더욱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 21일부터 전 점포에서 브라질산 닭고기 판매를 중단한 이마트는 기존에 판매하던 관련 제품도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마트는 즉석 조리 코너에서 브라질산으로 닭다리 구이를 만들어 팔았다. 이마트 관계자는 "문제 닭고기가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지만, 원래 브라질산 자체도 이마트 전체 닭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미만이었다"며 "순살 닭강정 등을 미국산으로 만들어온 점포도 많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브라질산 판매 중단 방침을 계속 이어가는 동시에 고객 불신 불신 해소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마트는 3사 중 가장 빠른 지난 20일 오후 매장에서 판매하던 모든 브라질산 닭고기를 뺐다. 롯데마트가 취급했던 브라질산 닭고기 제품 역시 치킨너겟 등 가공식품 극소량이었다.
◆정상인 브라질産도 썩은 닭 취급?=부패 닭고기 파동에 외식업계는 브라질산으로 만들어왔던 기존 제품들 생산 및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문제가 된 제품이 국내에 들어온 적은 없다는 정부 발표에도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는 탓이다.
국내 매장 1010여개를 둔 맘스터치는 순살조청치킨, 케이준강정, 강정콤보 등 치킨 메뉴 3종에 대해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정식 수입통관 절차를 거쳐 유통된 안전한 브라질산 원료육으로 만든 제품이나, 소비자 우려를 고려해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마치 브라질산을 쓰는 것 자체가 문제인양 분위기가 흘러가고 있다"면서 "일단 어떤 일이 있을지 몰라 중단 조치 등을 내리고 있는데, 사태가 수습되긴커녕 소비자들의 불안감만 더욱 커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BBQ, bhc, 굽네치킨, 교촌치킨, 네네치킨 등 '빅5' 치킨 업체는 일반 뼈 있는 치킨뿐 아니라 순살 치킨에도 100% 국내산 닭을 사용한다. 그러나 다수 소비자들은 이런 순살 치킨이 무조건 브라질산이라고 인식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치킨업체들은 토로했다.
◆AI 여파 현실화에 닭고깃값 '들썩'…이마트, 판매가 인상=대형마트들 앞에는 브라질산 외에 AI 여파에 따른 닭고기 가격 인상 리스크도 놓여 있다. 이마트는 최근의 닭고깃값 상승세를 반영해 이날 약 40일 만에 닭고기 판매 가격을 15%가량 올렸다. 이마트보다 닭고기 판매가가 높은 편인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아직은 특별한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닭고깃값은 AI 영향의 잠복기에서 벗어나며 들썩이는 모습이다. 지난해 AI가 전국적으로 퍼지고 지난 1월31일 4890원까지 떨어졌던 도계 1kg 중품 소매가는 2월 들어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이달 22일 기준 소매가는 5668원으로 짧은 기간 16% 정도 뛰었다. 설 연휴 뒤부터 닭고기 수요가 회복되고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한 영향이다. 육계 1kg 도매가도 지난달 1일 2666원에서 이달 22일 3496원으로 31.1% 올랐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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