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취직하면 키우고 싶다...지만 지금은 마음뿐 ㅜㅜ
[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대학교 졸업반 김지연(24)씨는 고양이 덕후다. 김씨의 스마트폰에는 고양이 사진이 가득하다. 김씨는 인스타그램에서도 고양이 사진을 구경하고, 고양이 인터넷 카페에 수시로 드나들지만 반려묘를 키우진 않는다. 김씨는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SNS에 올라오는 사진으로 대리만족만 하고 있다. 나중에 취업하고 독립하면 반려묘를 키우려고 한다"며 "지금 부모님집에 살면서 용돈을 받아 생활하고 있는데 고양이까지 데려오면 사료부터 이것저것 돈도 많이 들고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5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가 왔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의 비중은 해마다 2010년 17.4%, 2012년 17.9%, 2015년 21.8%로 증가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457만 가구로 약 1000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에게는 반려동물은 그림의 떡이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하는 데는 환경적인 요인과 경제적인 문제가 크다.
직장생활 3년차인 박민영(28)씨는 반려견을 키우고 싶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포기했다. 박씨는 "서울 월세가 너무 비싸서 아직 독립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 반전세 정도는 얻을 수 있는 목돈을 마련한 뒤에 독립해서 강아지 한 마리를 입양하는 것이 목표다" 라며 웃었다.
서울연구원이 낸 '2016 한 눈에 보는 서울'을 보면 미혼 청년층의 55.9%가 3인 이상의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청년 100명 중 55명이 부모에게 의존하는 캥거루족인 셈이다.
경제적인 요인도 한 몫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사료부터 예방접종 등 기본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을 중단한 사람의 13%가 '비용이 많이 들어가서'를 이유로 꼽았다. 월 평균 반려동물 양육비용은 주로 5~10만원(30.2%) 또는 10~15만원(19.2%) 정도가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비도 빠듯한 청춘들에게 반려동물은 남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취업준비생 서모(27)씨는 한 때 고양이 집사였지만 장기간의 취업준비로 빠듯해진 생활비 때문에, 키우던 반려묘를 지인의 집에 입양 보냈다. 서씨는 "뉴스를 보면 고양이를 키우며 사는 1인가구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것도 다 직업이 있고, 돈이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다. '나만 고양이 없어'라는 말은 유행어가 되서 웃기려고 쓰기도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굉장히 슬프기도 한 말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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