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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대선'도 막말과 네거티브 캠페인?…2017년 막말의 정치학(종합)

최종수정 2017.03.21 04:05 기사입력 2017.03.20 13:18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자살하는 것 검토하겠다"

"자기 대장이 뇌물을 먹고 자살한 사람"

"앞으로 '애'들 얘기해서 열 받게 하지 말라"

'홍트럼프' 홍준표의 말말말…역대 개인 최대 지지율 경신

미 대통령 트럼프, 필리핀 대통령 두테르테가 대표적
지난 대선 때도 '도둑놈' '그년' '홍어×' 등 정치권에선 막말 향연

"막말 정치는 보수 진영에 유리" 통념

탄핵정국 이어받은 대선정국에선 부메랑 될 듯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정치인들의 거친 입이 또다시 물의를 빚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적의와 저주의 '막말'을 주고받는 한국 정치의 구태가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함께 일고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상대 진영을 겨냥해 자극적이고 강렬한 막말이 자주 등장하는 건 대선을 전후한 시기다. 지지층을 단결시키는 방편으로 전직 대통령을 직격하는 것만큼 '단기적 효과'가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시선은 온통 자유한국당의 대선 주자인 홍준표 경남지사의 입을 향했다. 홍 지사는 지난 18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내가) 유죄라면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자살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으나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받은 상태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남겨두고 있다.

홍 지사는 지난달 28일에도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자기 대장이 뇌물을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공격했다. 민주당은 "추악한 언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홍 지사는 같은 당 경쟁자인 김진태 의원을 향해서도 '걔' '애'라고 불렀다. "앞으로 '애'들 얘기해서 열 받게 하지 말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홍 지사의 별명은 '홍 트럼프'다. 막말로 존재감을 키우며 당선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빗댄 것이다.

막말 정치는 당장 효과를 거둔 것처럼 보인다. 홍 지사는 이날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지난주보다 무려 6.2%포인트 상승한 9.5% 지지율로 3위인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을 오차범위 내에서 바짝 추격했다. 약 2년4개월 만에 자신의 지지율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대구·경북(TK)와 60대 이상, 보수층에선 지지율이 급등했다.

보수진영 뿐 아니라 진보진영도 막말에선 자유롭지 않다. 문 전 대표 측 홍보부본부장이었던 손혜원 민주당 의원도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 "계산된 것"이라고 발언했다가 캠프에서 물러났다. 같은 캠프의 문용식 단장은 "한 놈만 팬다. 걸리면 죽는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적었다가 설화에 휩싸였다.

이 같은 발언 중 다수는 철저하게 계산된 선거전략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 대선에선 '도둑놈' '그년' '홍어×' 등의 막말이 쏟아졌다. 대안 제시나 미래를 위한 논쟁은 자취를 감췄다.

전직 대통령들을 향한 비아냥은 진영 단결에 촉매가 됐다. 김대중 정부 때 한 야당 의원은 "대통령의 입을 공업용 미싱으로 꿰매야 한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대통령을 '등신'이라 표현했다. '환생경제'라는 연극을 공연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아예 대통령을 가리켜 '개구리' '노가리' 등이라고 불렀다. 박근혜 정부 때도 야당 의원은 대통령을 가리켜 태어나지 말았어야할 존재를 뜻하는 '귀태'라고 불렀다.

한 정치권 인사는 미국의 역사학자인 토마스 프랭크를 인용, "네거티브 선거가 격화할수록 근로계층의 투표 참여가 저하되고, 보수정당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고 해석했다. 정치적 무당파의 주축을 이뤄온 청년세대와 진보성향이 강한 유권자층이 정치권이 폭언에 환멸을 느껴 투표를 회피하기 때문이다.

다만 탄핵 정국을 이어받은 이번 대선 정국은 예외일 가능성이 크다. 보수 진영에 대한 유권자들의 혐오가 극대화된 상황에서 막말 정치가 부메랑이 될 것이란 전망이 강하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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