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신한은행의 디지털 창구 도입은 '대면 채널의 디지털화(化)'라는 점에서 경쟁 은행들의 전략과 차별화된다. 각 시중은행은 그간 기존 지점을 통한 리테일 영업망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인터넷, 모바일 등 '비(非)대면' 채널의 디지털 도입에만 집중해 왔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아직 은행의 수익 대부분이 기존 영업점을 통해 나오는 상황에서 디지털로의 과감한 전환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신한카드 사장 재임 당시 이른바 '빅데이터 경영'으로 업계에 정평이 난 위 행장은 이달 초 취임 당시 취재진과 만나 "은행의 상당히 많은 분야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해야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느꼈다"며 "고객 영업은 물론이고 인사 등 관리파트에서조차 빅데이터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그는 "이미 빅데이터 센터가 만들어져 있지만, 좀 더 전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 것"이라며 "각 부서에서 필요한 빅데이터나 플랫폼 설계 등을 본격적으로 고민해 빠른 시일 내에 조직과 인력을 확보할 생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는 지난해 5월 처음 만들어졌다. 당시 마케팅부서 산하에 있던 부서조직을 '센터'로 격상, 독립시켰다. 기존 고객분류, 마케팅 지원, 상품개발, 시스템운영 등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을 모아 현재 18명의 인원이 근무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수익모델 발굴'을 목표로 지난해 9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금융 빅데이터 산학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선견(先見), 선결(決), 선행(行)' 최근 신한지주가 강조하고 있는 경영방침이다. '원(One) 신한'을 추진하는 지주에서 한 계단 앞선 시각으로 방향을 찾고 이를 각 자회사에서 빠르게 결정, 신속히 행동에 옮겨 근 10년간 이어온 '리딩금융그룹'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자는 전략이다. 핵심 주력 자회사인 신한은행이 이 전략을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상항이다.
올해 국내 경쟁 상황은 더욱 더 치열해지는 가운데, 디지털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미지의 도전'을 앞두고 있다. '1등' 챔피언 타이틀을 수성해야 하는 신한은행이 선택한 미래 먹거리는 '디지털'이다. 위 행장은 "디지털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그 흐름에서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고 절박한 각오를 다졌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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