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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 딜레마(dilemma)의 진정한 해법

최종수정 2017.03.17 09:30 기사입력 2017.03.17 09:17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딜레마(dilemma)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두 개라는 뜻의 디(di)와 명제라는 뜻의 레마(lemma)의 합성어다. 두 개의 상황 가운데 어느 한쪽도 택하기 어려운 진퇴양란의 상황을 뜻한다. 트라이레마(trilemma) 현상도 있다. 셋이라는 뜻의 트라이(tri)와 레마의 합성어인데 셋 중 둘을 선택하면 어느 하나는 반드시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뜻한다. 대표적인 트라이레마 현상 가운데 하나가 통화정책의 독자성ㆍ자유로운 자본이동ㆍ환율의 안정이다. 가령 독자적 통화금융정책을 지닌 국가가 자본시장을 개방하면 반드시 환율안정을 포기해야 한다. 셋 모두를 성취할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국가재정 건전성유지와 지속적인 경제성장, 효율적 분배라는 세 가지 목표의 동시 달성이 어려워진 경제상황 역시 트라이레마의 고민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은 트라이레마 조차도 사치스러운 용어가 되어가고 있다. 금융의 글로벌화와 네트워크 효과로 동조화(同調化)현상이 심화되면서 트라이레마는 커녕 두 가지 정책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조차도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가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强)달러가 우리를 죽이고 있다"거나 "중국과 일본이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미국 제조업체를 죽이고 있다"고 암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도 현실은 달러가 강세로 갈 전망이 높다. 미국 경제지표의 개선으로 미국 중앙은행 페드(Fed)의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약 달러를 통해 제조업을 부흥시키겠다는 야심찬 공약을 포기하든지 아니면 지나치게 풀린 유동성이 만들어내는 금융지뢰를 감수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데 둘 다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통화정책의 독자성을 가지고 움직이는 페드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목표나 입장을 봐줄지도 의문이다.

 한국경제도 딜레마 경제의 예외가 아니다. 향후 미국 금리인상이 본격화 되면 국내에서 자본이 대규모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고 불가피 하게 한국도 금리인상을 해야하기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지거나 가계부채 충격이 아무리 커도 독자적인 통화정책이나 금리정책을 수행하기 어렵다.

 단순한 통화정책보다 셈법이 훨씬 복잡한 딜레마도 도처에 널려있다. 가령 잠재적 안보위험을 중시하여 미국과 사드를 택할 것인가, 아니면 당장 괴로운 대중국 수출감소와 경제적 어려움을 감내할 것인가 하는 것이 요즘 대표적인 딜레마 상황의 하나일 것이고 노동문제와 산업 구조조정도 하나를 얻기 위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어려운 선택이다.
 딜레마 상황의 해법이 어려운 것은 한 쪽을 선택하는데서 국민들이 겪어야 하는 어려움이 비대칭적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똑같이 고통을 감내한다면 그래도 참을만 한데 어떤 선택이냐에 따라 국민의 어느 일방이 더 큰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제 두 달 후면 새로운 대통령이 등장하게 된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향후 경제적, 정치적으로 수 없이 많은 딜레마적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딜레마적 상황에서 불가피 하게 어떤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을 때 반드시 정책결정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토론을 거쳐서 선택의 장단점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고통을 더 많이 겪게 되는 사람들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하고 충격을 최소화 하는 완충장치의 해법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

 국민들의 삶에 큰 충격을 미치는 정책선택이 이뤄졌는데 도대체, 왜, 어떤 상황에서 결정되었는지 납득이 가지 않으면 그 결과는 국론분열이며 혼란뿐이다. 딜레마의 해법은 지도자의 외로운 결단이 아니라 투명한 정책과정 공개와 토론이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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