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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 계산방법 변경까지 고려하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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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연세대 경영학 교수

김창수 연세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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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선거 유세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웠고, 이전 행정부들이 미국에게 불리한 자유무역협정들을 맺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에게 불리한 자유무역협정들을 재협상하겠다고 공언해 왔는데, 대표적인 예로 드는 것이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 그리고 캐나다와 멕시코 두 나라를 포괄하여 맺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다. 이 와중에 지난 2월 19일자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행정부가 주요 무역협정을 재협상하기 위한 정치적 논거를 강화하기 위해 무역적자 계산 방법 변경을 고심 중이라고 보도했다.

 새로운 방법에 의하면 미국의 수출액을 계산할 때 재수출을 제외한다. 재수출이라는 것은 재화가 한 국가로 일단 수입이 되었다가 아무런 후속 공정이나 부가가치 증가 활동 없이 추후 다른 국가로 다시 수출되는 것을 말하는데 무역제재를 피하는 방법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아랍에미레이트가 자국으로 수입된 물건을 다시 이란으로 재수출하는 경우를 들 수 있는데, 이런 재수출을 이용하여 이란은 미국의 무역제제를 피할 수 있다. 재수출은 관세를 절감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쓰이는데 예를 들어, 멕시코에 직접 수출을 하면 높은 관세를 물어야 하는 기업이 관세가 낮은 미국 시장으로 먼저 수출을 하고 다시 멕시코로 수출하는 경우이다. 미국과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부터의 재수출은 관세가 없거나 매우 낮은 관세를 물게 된다.
 재수출은 미국의 부가가치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순수한 수출의 효과를 파악하려면 재수출을 차감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사용되는 공식적인 수출 수치에는 재수출이 포함되어 있다. 재수출을 차감하여 수출액을 계산하면 미국의 수출액이 줄게 되어 무역수지 적자가 늘어나는 효과를 보게 되므로, 이를 협상의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이다. 새로운 방법을 사용하면 미국의 멕시코와의 무역적자는 현재의 거의 두 배가 된다.

 일반적으로 시계열 자료는 일관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잘 바뀌지 않는다. 특히 미국은 사회 경제적으로 안정된 국가이기 때문에 정책의 집행이 안정적이고 잘 바뀌지 않는다.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일단 새로운 방법을 사용하여 자료를 준비하라는 요구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고, 담당 공무원들이 자료의 일관성 및 정책 집행의 혼선 등 새로운 방법에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했으며 미상무부와 회의를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강력하다는 반증이다.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는 일차적 이유는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우려스러운 것은 미국이 수행하는 정책을 믿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는 이민에 대한 졸속 행정명령 발동으로 많은 합법적인 여행자들이 공항에서 며칠씩 묶여 있거나 입국이 거부되는 사태를 초래했고, 과거에 했던 약속들을 뒤집고 있다. 국가간의 조약이나 협정은 상호신뢰가 생명인데, 자국우선을 내세우며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런 긴박한 국제정세의 변화 속에 우리 나라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우리의 국익을 챙기지 못하고 있다. 중국을 보면 극명하게 한 국가가 상황에 따라 두 가지 상반되는 주장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해 자유무역을 주장하면서도 사드배치 관련해서 한국에게는 노골적인 무역보복을 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그야말로 실리와 국익위주이다. 탄핵정국을 조기에 마무리하고 우리의 국익을 챙겨야 한다.
김창수 연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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