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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돌봄'과 '소통'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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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철 카이스트 총장의 'Care' 철학이 가지는 답답함

▲신성철 총장

▲신성철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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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14일 오전 8시. 서울에서 대전으로 가는 길은 거침이 없었습니다. 도로는 시원하게 뚫렸고 봄바람은 따뜻하게 불어왔습니다. 100㎞ 속도로 달리면서 창문을 열었는데 바람이 상쾌했습니다. '겨울가고 봄이 왔구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시간 남짓 달려 카이스트(KAIST)에 도착했습니다. 제 16대 총장으로 취임하는 신성철 신임 총장(65) 기자간담회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카이스트 교정 곳곳에도 활기찬 기운이 넘쳐났습니다.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은 학생들은 서로 웃으며 어딘가로 가고 있었고 잔디밭은 새 옷으로 변신 중이었습니다.
카이스트 본관 1층에서 10시30분부터 기자간담회가 시작됐습니다. 지역 언론은 물론 지역주재 기자들까지 3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신 총장은 일일이 기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카이스트는 1971년 한국과학기술원 법으로 출범했습니다. 올해 46년이 되는 해입니다. 인간의 나이로 치자면 '미혹되지 않는다'는 불혹(不惑, 40세)을 넘겼습니다. 4년만 지나면 '하늘의 똣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 50세)에 이릅니다. 그동안 1만1700명의 박사와 5만8000명의 졸업생이 카이스트를 거쳐 갔습니다. 우리나라 과학계의 상징 중 하나입니다.

신 총장은 카이스트의 현재를 설명하면서 "카이스트는 국가적 사명을 가져야 한다"며 "21세기에 맞는 사명을 위해서는 V(Vision, 비전), I(Innovation, 혁신), P(Passion, 열정)를 뜻하는 'VIP' 정신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이끌어갈 카이스트의 모토로 '글로벌 가치창출 세계선도 대학'으로 정했습니다. 연구개발(R&D)뿐 아니라 여기에 B(Business, 부가가치 창출 사업)까지 결합한 R&DB 개념을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신 총장은 다섯 가지 혁신안을 내놓았습니다. 우선 교육 혁신입니다. 대학 4년 동안 '무학과 교육시스템 트랙'을 학사과정에 도입하겠다고 했습니다. 특정 학과 중심에서 벗어나 융·복합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인재를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두 번째 연구 혁신입니다. 신 총장은 "융·복합 연구 매트릭스 시스템을 구축하고 협업 연구실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며 "은퇴한 교수와 현업 박사들이 함께 연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세 번째 기술사업화 혁신을 들었습니다. 신 총장은 "과학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이 중요한 시대"라며 "카이스트를 R&DB의 롤 모델로 만들겠다"고 자신했습니다. 이어 외국인 교수와 학생을 많이 유치하겠다는 국제화 혁신과 싱크탱크를 가동하는 미래전략 혁신도 꼽았습니다.

신 총장은 "다섯 가지 혁신을 위해서는 3C(Change, Communication, Care)가 중요하다"며 구성원들(교수, 교직원, 학생)과 소통하고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 총장은 자신의 카이스트 철학에 대해 1시간 동안 설명하는 열정(?)을 보였습니다. 이어 교내 식당으로 옮겨 기자들과 점심을 같이 했습니다.

▲신 총장은 "(카이스트는) 미래를 밝히는 희망의 등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과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신 총장은 "(카이스트는) 미래를 밝히는 희망의 등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과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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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 신 총장의 'Care'와 'Communication' 철학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신 총장에게 물었습니다.

"총장님이 설명한 카이스트 철학에서 대학의 주체인 학생과 교직원에 대한 소통 부분이 부족한 것 같다. 대학평의회 구성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신 총장의 'Care' 철학이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어 던진 질문이었습니다. 신 총장은 대학평의회는 구성할 것이라고 우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는 위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데 아랫사람에게 잘 보이려는 노력은 부족하다"며 "아랫사람(학생)을 잘 돌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의미 있는 발언이었습니다.

신 총장은 이어 "대학평의회를 통해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학생들은 계도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부분에서 먹던 제 숟가락이 잠시 허공에 멈췄습니다.

대학평의회에 학생들이 참여하더라도 그 권한을 어느 정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즉 학생들은 신 총장의 'Care' 철학에서 본다면 '돌봄이 필요한 존재'이고 '대학의 문제와 관련된 것에 대해 말은 할 수 있어도 어느 정도 제한이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카이스트는 그동안 학생들의 의견이 대학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여러 차례 갈등이 빚어졌습니다. 14대 서남표 전 총장 때는 여러 명의 학생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됐습니다. 이런 비극적 일들은 15대 강성모 총장 때에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Care' 철학은 학생의 입장에서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Care'의 '돌봄'이란 의미가 윗사람이 동정심 등을 갖고 아랫사람을 보며 측은해 보살피는 개념만은 아닐 것입니다.

신 총장의 'Care' 철학에서는 이 같은 인상이 강했습니다. 물론 학생들은 아직 '덜 여문 곡식'일 수 있습니다. 다만 대학평의회를 구성하고 학생들을 참여시키기로 했다면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줘야 합니다. 대학평의회를 형식적, 요식적 행위로만 생각한다면 만들지 못함만 못합니다.

카이스트는 신 총장의 말처럼 '미래를 밝히는 희망의 등불'이 돼야 합니다. 대학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무엇보다 더 많이, 더 자주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이 'Care(돌봄)'를 넘어 'Communication(소통)'에 이르는 가장 빠른 길일 것입니다.

상쾌했던 아침 봄바람이 돌아오는 길에서는 답답함으로 바뀐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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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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