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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근로자를 위한 주주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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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주주총회의 달' 3월이다. 이달에만 12월 결산법인 상장사 수천여곳이 주총장을 열고 주주들을 맞는다. 주총장을 여러군데 다녀보면 대부분의 주주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배당 등 주주가치 제고였다. 믿고 투자해준 자신들을 위해 기업의 이익을 나눠 달라던 이들의 목소리는 증권부 초년기자 시절엔 당연한 요구처럼 보였다.

하지만 최근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국세청이 제출한 '2014년 배당소득 100분위 자료'를 보면 배당소득자 상위 1%의 총 배당소득 대비 점유율은 71.7%다. 상위 10%의 점유율은 94.2%에 달한다. 그런데 배당소득자 상위 10%는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1.68%인 84만여명에 불과하다. 결국 주주들의 배당확대 요구는 0.1%의 소수 재벌의 돈을 1.68%의 귀족에게 재분배하라는 것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나머지 98%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중 절대 다수는 평범한 근로자들이다. 이들 역시 주주와 함께 기업의 전제조건이자 실질적으로 기업을 꾸리고 성장시키는 핵심 주체다. 그럼에도 단순히 주식을 들고있지 않다는 이유로 '귀족총회(?)'에서 배제되기 일쑤다. 주총에 부의되는 안건도 이들의 근로 여건이나 권익 향상을 위한 내용은 거의 없다.

물론 이는 '1주 1표'를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규정하는 맹목적 시장주의자들에겐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유럽 다수의 국가는 최근 이것이 야기한 한계를 파악하고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주총에서 근로자 대표를 이사로 선임해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한 '근로자이사제'다.

현재 독일을 비롯해 유럽연합(EU) 31개국 중 19개국이 채택하고 있으며 영국도 의무도입을 추진중이다. 근로자의 의견을 잘 반영해 노동환경을 개선하면 생산성과 수익성이 좋아지고 이는 기업가치와 주가를 부양시켜 결국 주주들에도 더 큰 이익이 돌아간다는 경험이 쌓인 결과다.
통계적으로 이를 입증한 연구도 많다. WZB 베를린 사회과학센터 선임연구원인 지구르트 비톨스(Sigurt Vitols)의 2010년 논문에 따르면 이 제도를 도입한 국가들이 이 제도가 없거나 약한 나라들에 비해 실업률, 무역수지, 1인당 국내총생산(GDP), 시간당 노동생산성, 기업경쟁력 지수, 연구개발(R&D), 파업빈도, 지니계수 등에서 성과가 우수했다.

이는 '최순실 게이트'에서 드러난 재벌기업과 해당 기업의 주식을 다수 보유한 기관의 유착관계를 감시하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이 제도 도입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중인데 그 전에 이번 주총에서 주주들이 먼저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주주가치 제고'라는 소극적이고 배타적인 요구가 아니라 주주와 더불어 근로자 권익을 향상하는 '기업가치 제고', 그것이 진정 주식으로 돈을 버는 방법임을 잊지 않고.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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