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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빼앗긴 평창에도 봄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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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

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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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년 시인 이상화가 일제치하의 조국 산하를 굽어보며 비장한 목소리로 던진 질문이다. 얼어붙은 현실을 보면 도저히 올 것 같지 않은 미래의 봄을 향한 시인의 뜨거운 마음이 담겨 있다. 그의 노래는 혼자만의 독백에 그치지 않고 수많은 시민들의 마음으로 옮겨가 기어이 봄(광복)을 맞이했다.
2017년 평창에서 90년 전 암담했던 조국에 서려 있던 비감을 느낀다. 비통한 마음으로 이 글의 제목을 정했다. ‘빼앗긴 평창에도 봄은 오는가?’왜 강원도 평창이 남의 땅이냐고, 누구에게 빼앗긴 건 아니라고, 그리고 2018년 동계올림픽이야말로 평창의 봄이 아니겠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대회를 1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그것도 한창 테스트이벤트가 치러지는 판에 무슨 기운 빠지는 소리냐고 볼멘소리를 할지도 모르겠다. 시인 이상화가 봄을 바라는 마음으로 시를 썼듯이 필자도 평창에 따뜻한 봄이 도래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그러나 이제 막 D-1년 기념행사를 치룬 평창의 봄은 요원해 보인다.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일 년도 채 남기지 않은 현 시점에서 평창을 향한 대한민국 국민의 체감온도는 차갑게 식어 있다. 식어 있다는 표현은 좀 약하다. 꽁꽁 얼어붙어 있다. 최근 갤럽 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절반이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없다고 한다. ‘별로 관심 없다’가 31%, ‘전혀 관심 없다’가 19%였다. 30년의 간극이 있지만 88년 서울올림픽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확연하다.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을 3년이나 남긴 이웃 나라 일본은 올림픽 띄우기에 대대적으로 나서고 있다. 심지어 학교에서 올림픽이라는 수업을 개설해 어린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단다. 최근 평창을 방문했던 일본의 예술활동가 이치무라 미사코는 평창 현지에 평창동계올림픽을 홍보하는 포스터가 일본에 비해 너무 적어 놀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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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의 주요 먹잇감으로 평창동계올림픽의 각종 사업이 거론되면서 평창올림픽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더욱 차가워졌다. 2014년 12월 IOC가 제안한 올림픽 분산개최라는 절호의 기회를 걷어차 버리고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며 무리하게 진행된 경기장들은 올림픽이 끝나는 그 날부터 국민세금만 축내는 애물단지가 될 공산이 크다. 이미 얼마 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생생히 경험했고 이제 막을 내린 지 겨우 6개월 된 리우하계올림픽 경기장들의 최근 몰골이 이를 반증한다.

강릉 스케이트장을 대형 냉동창고로 활용하는 사후 활용방안을 고려중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애초에 올림픽이 끝나면 해체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구속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주도로 존치가 결정된 경기장이다. 이 계획이 성사되면 100억원 정도면 지을 수 있는 냉동창고를 1000억원을 넘게 들여 지은 셈이다. 빼앗긴 땅 평창의 현실은 경기장과 도로 건설에 투입된 건설노동자들에게 더욱 혹독하다. 전국건설노동조합 강원지역본부는 지난 1월 말 보도자료를 내고 2016년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공사에서 220억원의 임금체불이 발생했고 그 중 196억원이 해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과연 최순실에게 빼앗긴 평창에 봄은 오는가?
다행히 촛불로 달궈진 정국으로 조기대선이 가시화되고 있다. 박근혜 정권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새로운 대안들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빼앗긴 평창에 봄을 가져올 수 있는 대안으로 북한이 야심차게 개발한 마식령스키장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 시민단체들이 분산개최를 요구하며 제안했던 여러 가지 대안 중 하나로 평창동계올림픽을 단숨에 평화올림픽으로 격상시킬 수 있는 카드다. 이미 테스트이벤트까지 치러 남북한 분산개최는 물리적으로 어렵다 해도 공동선수단이나 공동응원단 구성을 통해 부분적인 남북한스포츠평화협력이 가능한 지점이다.

평창(平昌)이란 이름에는 평평함이 창궐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빼앗긴 평창에 평화가 창궐하기를. 그래서 그 땅에 다시 봄이 오길 기원한다.

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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