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달러화 등락에 입김이 더 센 사람이 누구일까를 두고 증권가에서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이른바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에 연일 상승흐름을 보이던 달러화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과열에 대한 우려로 조기 금리인상 단행을 시사하면서 급등, 지난 연말 원ㆍ달러 환율이 1200원까지 치솟았었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 트럼프의 강달러 비판 발언에 다시 약세로 전환하는 등 좀체 방향성을 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올해 달러화 약세를 전망하는 측은 이제 트럼프 대통령의 입김이 효력을 다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통령 당선 이후 빠르게 형성됐던 미국 경기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이 이미 조정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을 모두 이행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달러화 약세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우선 트럼프의 주요공약인 세율 인하의 강도가 예상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천원창 신영증권 연구원은 "2007년 35.2%였던 미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는 금융위기 겪으며 2015년 73.6%까지 높아졌다"며 "재정여건이 단기간에 악화된 상황 감안할 때 미국 정치권이 트럼프 감세정책 감내하기 힘들 것"이라고 봤다. 이어 "최근 세금과 인프라 관련 깜짝 놀랄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 밝히면서 달러화도 덩달아 반짝 강세를 보였지만 이것도 공화당 내에서도 의견 조율이 안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올해 강달러를 예상하는 측은 환율과 관련해 트럼프의 입이 자극적이기는 하지만 옐런(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입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외환시장 흐름의 기본적인 모멘텀은 미 연준의 금리인상 주기가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달러화 강세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전인 10월부터 이미 시작됐는데 이 시기는 12월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된 시점이었다는 설명이다. 또 미 달러 가치의 하향 조정이 지난해 12월 연준이 금리인상을 단행한 시점부터 완만하게 시작됐다는 점도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정용택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환율보고서가 발표되는 4월까지는 미 달러화 가치의 하향조정이 이어질 것이지만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오는 6월 이후 환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부터 적용되고 있는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에 미국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많기 때문에 이 보고서가 발표될 때까지는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겠지만 이후 강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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