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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潘 불출마에서 읽힌 구시대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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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여권내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였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갑작스런 불출마 선언의 후폭풍이 거세다. 대선판도 뿐 아니라 정치권 전체에 미치는 파장이 예측불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의 불출마는 유력한 대선후보가 비전과 정체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허탈하다. 반 전 총장이 그동안 차기대권주자로 버텨온 힘이 결국 본인의 철학 보다는 주변의 권유와 지역주의라는 구시대적 정치의 산물이었다는 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최근 수 년 간 반 전 총장을 대선주자로 띄우면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경험과 고향이 충청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이 왜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반 전 총장 본인도 "정치교체"를 외쳤지만 대통령이 돼야 하는 이유로는 부족했다.

소위 '대통령학(學)'이 있다. 대통령이 국가를 잘 이끌기 위해서는 어떤 요소를 갖춰야 하는가를 연구하는 게 이 학문의 핵심이다. 대통령학에서는 대선에 나오겠다고 마음을 먹은 인물이라면 비전과 정책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마디로 비전과 정책제시가 대선후보의 1순위라는 얘기다. 그래야 이를 실현할 보좌진을 뽑고 실천에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학문이 아니더라도 대선후보의 가장 큰 덕목으로 비전제시를 꼽은 이들은 많다. 고인이 된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생전 대통령상(像)과 관련해 "자신이 승리해야 하는 이유가 뚜렷하고, 승리에 대한 신념과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쟁론'의 저자로 잘 알려진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정치가와 지휘관이 내려야 할 가장 중요하고 궁극적이며 영향이 큰 판단은 그들이 착수할 전쟁을 확정하는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상대하고 피해야 할 대상을 명확히 가리는 일이 대선후보의 가장 큰 덕목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 가운데 주변의 지지와 지역주의만 믿고 나섰다가 낭패를 본 사례를 여러 차례 목격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을 하겠다는 이유와 비전도 없이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사례가 여전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에 더욱 씁쓸하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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