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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나면 구조는 커녕 소방관이 먼저 당할 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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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소방시설-지자체 재난본부 상당수 내진 보강 공사 시급...지자체-정부 부처 책임 떠넘기기에 하염없이 지연

경주 지진 피해 현장

경주 지진 피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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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전국의 소방청사ㆍ지자체 재난상황실의 내진 성능 보강 공사가 시급하지만 정부 부처-지자체간 책임 떠넘기기로 인해 지연되고 있다. 대규모 지진시 수색ㆍ구조ㆍ수습을 지휘ㆍ실행해야 할 근거지들이 오히려 초토화돼 피해가 커질 우려가 높은 데도 이를 방치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3일 국민안전처,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울산, 9월 경주 지진 등 강력한 지진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한반도에서도 대규모 지진에 따른 건물 붕괴 등 재난이 발생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구조ㆍ수색ㆍ수습 작업을 지휘ㆍ실행해야 하는 지자체들의 재난대책본부ㆍ상황실, 소방청사 등의 대부분이 내진 설계가 돼 있지 않아 지진에 취약한 상태다. 건물을 붕괴시킬 정도로 강한 진동이 발생하는 진도 6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경우 자칫 구조 작업에 나서야 할 공무원·소방대원들부터 먼저 지진에 희생당하게 생긴 것이다.
전국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ㆍ종합상황실의 내진율은 59%로, 전체 268곳 중 41%(110곳)가 내진 설계가 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 별로 서울의 내진율이 51.5%에 그쳐 전국 평균 이하였다. 제주 25%, 전남 29.2%, 강원 45% 순으로 낮았고, 지난해 지진이 발생한 울산ㆍ경북은 각각 57.1%와 48%였다. 수도권은 경기 63.6%, 인천 66.7% 정도 였다. 상당수의 지자체들이 관련 법에 따라 내진설계 또는 보강 공사를 한 건물에 재난본부ㆍ상황실을 설치해야 하지만 이를 어긴 것이다.

구조ㆍ수색 실무에 투입될 소방 대원ㆍ장비가 평상시 대기 중인 소방청사들도 마찬가지로 지진에 취약한 상태다. 지난해 안전처가 전국의 소방청사를 파악해보니 총 1147곳(소방서 208개소, 119안전센터 659개소, 119지역대 280개소)이 내진 설계가 돼 있지 않아 강한 지진이 발생하면 피해가 예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서울시만 해도 소방시설 133개소 중 내진설계가 적용된 곳은 50개소로 내진율이 37.6%에 그쳤다. 특히 119안전센터(95개소) 중 내진설계가 적용된 곳이 28개소(29.5%)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내진 보강 공사가 시급하지만, 정부 부처간 이견-지자체 책임 떠넘기기 등이 지속되면서 하릴없이 미뤄지고 있다. 안전처는 경주 지진 후 필요성이 제기되자 올해 예산안에 내진 보강 공사를 위해 지자체 재난본부ㆍ상황실 244억원 소방청사 371억원 기타 공공시설물 325억원 등 총 940억원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같은 예산안은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전액 삭감되고 말았다. 재정부는 "지자체 소유 건물의 내진 보강 공사를 중앙 정부 예산으로 해줄 수는 없다"는 예산지침을 이유로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안전처 측은 지자체로 책임을 돌리고 있다. 안전처 관계자는 "지자체가 예산을 확보해 조기에 보강 공사를 하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선 지자체들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면서 중앙 정부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시의 경우 올해 소방청사에 대한 내진 보강 공사 계획이 없다. 다만 기타 공공시설물 19개소에 대한 내진 보강 공사비 23억원이 잡혀 있을 뿐이다. 시는 자체 소유 260개, 25개 자치구 소유 130개 등 총 390개소의 각종 공공시설물에 대한 내진 성능 평가 예산 98억원을 확보해 일단 내진 성능을 평가한 후 내년부터 연차적으로 보강 공사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내진 성능 평가만 해도 1개 건물당 2000만원씩 들어가는데 보강 공사까지 하려면 최소 건물당 1~2억원씩 수백억원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다른 현안 사업이 많아 확보하기가 어려운 상태"라며 "자치구들의 상황은 더 어렵지만 앞으로 차츰 예산을 투입해 내진율을 높여가도록 여러가지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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