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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자본주의'와 '검찰자본주의'…삼성의 앞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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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조사와 함께 충분한 방어권 보장해야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국가자본주의'는 경제발전 단계와 국가권력의 차이에 따라 몇 가지 종류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신흥국이 산업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거대 자본투하가 필요할 때 이용되는 것도 국가자본주의의 한 형태다.
한국경제의 성장은 이 경로를 밟아왔다. 1970년대 경제기획원이 대규모 중화학 등 주요산업에 대한 투자계획을 제시하고 산업성장을 담당할 기업을 선택해 사실상 독점권을 주고 막대한 자금(해외차관)까지 지원해줬다.

일본 토요타가 1000만 대 판매를 달성하는데 36년이 걸렸다. 반면 현대차는 훨씬 가난한 나라에서 사업기반을 다졌고 인구는 3분의 1에 불과했는데 1000만 대 판매에 걸린 시간은 28년에 불과했다. 국가 정책차원의 산업적 대규모 진작(Big Push)이 효과를 본 셈이다.

삼성과 LG, SK 등 지금 재벌이라고 우리가 부르는 모든 기업이 이렇게 사업을 시작했고 국가 통제 하에서 거대자본을 형성했다.
이 과정에서 부작용이 따라왔다. 정경유착이었다. 정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는 사업을 시작할 수도, 확대할 수도 없었다. 눈 밖에 나면 기업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찰라였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을 비롯해 재계 총수들이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정부 정책이나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고 한 배경이다.
최순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순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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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피의자 신문으로 특검에 출석했다.

그는 "국민께 송구하다"고 했다. 잘못이 있다면 마땅히 조사를 받아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재벌 총수들을 출국금지조치하고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을 찍는 것은 '검찰자본주의'다.

지금까지 역대정부는 진보 보수 차원을 넘어 재계와 긴장과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검찰이나 국세청이 칼을 빼는 순간 재계는 항상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

총수들이 법 위반을 하지 않으면 떳떳했을 것이라는 주장은 순진하다. 전 세계 어느 기업도 검찰이나 국세청의 조사에서 자유롭다고 자신할 수 없다. 검찰조사에서 배임혐의를 들이대는 순간 재계는 얼어붙는다. 재판에서 무죄가 나오더라도 그 기업이 입은 브랜드가치 하락은 쉽게 회복될 수 없다. 국세청 조사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의 경우 소득세와 관련한 국세청 규정만 1만7000페인지가 넘는다. 법인세로 들어가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역대정권은 검찰과 국세청이라는 무기를 양손에 쥐고 재계를 주물렀고 재계는 정권입맛에 맞춰 준조세 성격인 각종 기부금과 재단출연을 알아서 해 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재계 순위에 따라 기부금과 출연금을 배분한 것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번 사안이 다른 점은 박근혜 대통령의 요구로 최순실 개인의 손에 쥐어진 것으로 의심받는 수백억 원의 자금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혐의는 그 자금을 출연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국민연금으로부터 찬성표를 얻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은 줄곧 청와대의 압박에 의해 자금을 댔을 뿐 대가를 바라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누구의 말이 맞는가는 1차적으로 '검찰'이 판단한다. 재판에 넘어가면 법원의 문제지만 우리 국민들과 경쟁기업, 글로벌 소비자들은 특검의 말 한마디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따라 삼성브랜드에 낙인을 찍게 된다.

조사를 철저히 하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해줘야 한다. 총수 한 명 구속시킨다고 한국경제가 한순간에 완벽히 정화되는 것이 아니다.

관행이라는 명분으로 진행돼 왔던 악습을 털기 위해서는 정치권력의 분배와 투명한 제도, 경제계의 자정노력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때로는 지켜보기 힘들어도 절차를 밟아가며 인내해야 할 때가 있다. 지금이 그런 시기다.

'재벌은 망하지 않는다'라는 신념은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어울리지 않는 맹신이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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