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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멈춰선 시간, 세 개의 시계

최종수정 2017.01.09 10:37 기사입력 2017.01.09 10:13

1000일. 무심하게도 시간은 그렇게 흘렀다. 프톨레마이오스적 시각에서 해가 뜨고 날이 지고 달이 뜨고 날이 또 샌 것뿐이다. 코페르니쿠스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지구가 1000번 자전을 했을 뿐이다. 자연의 섭리야 어쩔 수 없다지만 그렇게 돌고 또 도는 시간 속에 우리는 다시 그 자리에 서 있다. 결국 그 날 이후 우리의 시간은 멈추고 말았다.

304명의 희생과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9명의 꽃다운 청춘들. 자식들을 차가운 바닷속에 두고 차마 가슴에 묻지도 못한 부모들의 가슴은 미어지고 또 미어졌다. 그들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도 그 당시나 지금이나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다.

이태전 이맘 때 이 지면을 통해 '2014년 13월에 부쳐'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처절한 반성, 사회 시스템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있지 않고서는 아쉬움과 미련과 책망 때문에 진정 새해를 맞이할 수 없어 2014년 13월이라고 또 14월이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한 것인데 2년이 지난 지금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2014년 37월에 살고 있다.

세월호의 세월이라는 이름이 흘러가는 것(歲月)이 아니라 세상과 시간을 초월한다는 것(世越)이라더니 아직까지도 그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채 1000일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은 것은 또 얼마나 아이러니한 것인지.

"가만 있으라" 그 한마디에 순진한 고등학생들은 질서를 지키며 구조를 기다렸다. 정작 가만 있지 말았어야 할 대통령은 관저에 가만 있었다. 1000일의 0.00029%에 불과한 그 7시간. 아직 의혹이 풀리지 않은 그 시간동안 대통령이 사고 대응을 적극 지휘했더라면 한 명이라도 더 무고한 희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대한민국에는 세 개의 시계가 함께 돌고 있다. 특별검사팀과 법원, 헌법재판소의 시계가 그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치는 특검의 수사 시계는 알람시계다. 준비기간 20일을 거쳐 지난달 21일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간 특검의 알람은 우선 1차 수사기간(70일)이 끝나는 다음달 말(2월28일)에 맞춰져 있고 1회 연장(30일)할 경우를 감안하더라도 오는 3월30일 전에는 울린다.

헌재의 탄핵심판 시계는 타이머다. 아직 그 타이머는 정확한 시간이 예정돼 있지는 않다. 다만 국정 혼란 최소화에 대한 공감대가 있는 만큼 심판 속도는 더디지 않으리라 추측할 뿐이다. 탄핵 타이머는 대선 시계를 바로 돌린다.

지리한 법리 공방과 절차를 감안하면 법원의 판결 시계는 일종의 스톱워치다. 사안의 성격상 1심과 항고심, 상고심까지 간다고 가정할 때 가장 늦게까지 갈 것이 확실하다. 특검의 추가 기소가 있거나 헌재의 탄핵심판 인용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이 사라져 법의 심판대에 다시 오르면 재판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시간을 멈추는 것 만큼이나 멈춘 시간을 다시 돌리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렇더라고, 그러할수록 대한민국호의 시계는 진정 리셋되어야 한다. 그 1000일 동안 숱하게 흘렸던 그 눈물들이 헛되지 않도록.

김동선 사회부장 matthew@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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