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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습격]분노와 증오는 닮았지만 큰 차이

최종수정 2017.01.05 08:32 기사입력 2017.01.05 08:00

외눈바기의 불꽃, 분노와 증오는 어떻게 다른가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분노와 증오는 비슷해보이지만, 꽤 다른 감정적 양상이다. 분노는 상대적으로 짧고 증오는 길고 지루하다. 분노는 격동하는 감정의 작동을 가리키고, 증오는 그런 감정이 내재화해서 하나의 태도를 이룬다.

분노가 쌓이면 증오가 되고, 증오는 다시 수시로 분노를 호출한다. 분노는 비교적 관리 가능한 감정에 가깝지만 증오는 수정하기 상당히 어렵다. 분노는 대개 어떤 상황에 대한 인식을 자주 담지만, 증오는 비교적 대상이 뚜렷하며 그 대상을 향한 집요함이 핵심이 된다.

분노하는 자는 상황을 바꾸려는 자이지만 증오하는 자는 판을 뒤엎어 대상을 소멸시키거나 대상과 싸워 이기고자 하는 자이다. 분노의 사회는 때로 건전한 에너지로 전환하지만 증오의 사회는 끝없는 갈등을 새끼 쳐서 증오 자체로 사회 전체를 옭아매기 쉽다.

분노는 즉발적인 측면이 있어서 상황을 들여다 보면 이해가능한 감정반응인 경우가 많지만, 증오는 개별적으로 누적된 감정의 덩어리인지라 보편과 상식에서 벗어나 있을 경우도 많다. 증오에는 감정을 편식한 혐의가 숨어있다.
분노와 증오는 모두 불꽃이나 불길과 같은 감정양상이다. 10초 혹은 10분의 불꽃. 분노. 10년 혹은 100년의 불꽃, 증오. 불꽃은 소진과 소멸을 전제한다. 영원한 불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것이 영원해보이는 것은, 현재적인 위력과 위세에 압도당하기 때문일 것이다. 불꽃의 색깔이 있다면, 분노는 붉은 불꽃, 증오는 푸른 불꽃일 것이다.

영화 '타이탄의 분노'포스터


나는 오래 분노하지 못하고, 끈질기게 증오하지 못한다. 분노를 회의하고 증오를 재탐색하는 비상장치가 이 소모적인 감정을 해결하라고 종용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때로 선명하지 못하고 우유부단하며 실없이 선한 것으로 비칠지도 모른다.많은 분노는 한쪽 눈을 감은 외눈이며, 많은 증오는 한쪽 눈을 잃은 외눈이다.

다른 눈이 그 외눈에 대해 새로운 발언을 내놓을 때, 증오와 분노를 오래 유지하기 어렵게 돼 있다. 이런 장치 또한 조물주가 만들어놓은 것임에 틀림없다. 다만, 그 외눈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은 나머지 한쪽 눈을 절대자나 완전한 어둠에 기탁해놓은 자들일 것이다.

분노와 증오를 나누어 생각하는 것은, 때로 의미심장한 질문을 만들어낼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당신은 박근혜에 대해서 분노하는가, 박근혜를 증오하는가. 당신은 기업들의 행태에 대해 분노하는가. 기업들을 증오하는가. 당신은 어떤 언론의 보도에 대해 분노하는가. 그 언론을 증오하는가. 당신은 유태인의 어떤 행태에 대해 분노하는가. 유태인을 증오하는가. 당신은 일본인의 어떤 잘못에 대해 분노하는가. 일본인을 증오하는가. 당신은 어떤 지역의 정치적 편향이나 기질에 대해 분노하는가. 그냥 어떤 지역을 증오하는가.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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