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황준호 특파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개헌 문제에 대해 "필요한 부분은 개헌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고 30일(현지시각) 말했다.
반 총장은 이날 낮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국 국민에 대한 새해 메시지를 발표한 뒤 개헌에 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현재 헌법은) 1987년 개정이 된 것으로, 우리가 몸은 많이 컸는데 옷은 안 맞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개인적으로 생각하고는 있지만, 구체적 방향은 서울에서 말씀을 나눌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내달 중순 귀국 후 언급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반 총장은 대선 출마를 사실상 선언한 후 정치권에서 시작된 검증에 대해 "검증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회피할 생각 없다"면서 "그 과정을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 총장은 "검증을 빙자해 괴담을 유포하거나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은 근절돼야 한다"며 "계속 그렇게 하면 정치적 후진성을 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반 총장은 '23만 달러 수수의혹' 등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양심에 비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제가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23만 달러 문제는 어떤 경우에도 그런 일 없다"고 부인했다. 이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과거 대선을 앞두고 기승부리는 악성 정치공작을 많이 봐왔다"면서 "그때는 '그런 피해를 당한 사람 고통이 어떨까' 느꼈는데 제가 그것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반 총장은 이날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그동안 쌓인 제도적 결함과 잘못된 관행으로 누적된 폐단 때문에 더 이상 한국을 선진국으로 끌고 가기에는 한계에 부딪혔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촛불을 통해 실망과 분노를 폭발시켰다"라고 평했다.
반 총장은 "이제 우리 모두 겸허하게 이런 문제를 직시하고 불공정한 것을 혁파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우리 모두 새로이 시작해야 한다"며 "거대한 변화와 통합을 이끌 '제대로 된 지도자를 뽑고 싶다'라는 국민의 염원이 어느 때보다 크다는 것을 해외에 있으면서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반 총장은 "이번에 드러난 우리 사회의 적폐를 그야말로 확 바꿔서 새로운 도약을 해야 한다"며 "소외된 분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국민적 결단과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 지도자들은 화합과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황준호 특파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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