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부터 2017년까지… 그 해는 항상 일이 많았는데, 내년도 그럴까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혼란 속에 2016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하지만 주말마다 밝혔던 촛불로 상징되는 성숙한 시민의식은 2016년의 어둠을 걷어내고 새해의 희망을 움트게 하고 있다. 새해에는 이번 사태에 대한 결론이 내려질 것이고 그 교훈을 발판 삼아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2017년 닭의 해(丁酉年)는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까. 시간이 지나야 답할 수 있는 이 질문에 앞서 우리의 역사에서 해방 이후 닭의 해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살펴봤다. 딱히 닭의 해가 중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펼쳐질 2017년 한국의 모습은 축적된 지난 역사 위에 켜켜이 쌓여갈 것이기 때문이다.
2017년과 같은 정유년인 1957년에는 당시 이승만 정권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건이 일어났다. 바로 '가짜 이강석 사건'이다. 이강석은 이승만의 양자였고, 권력 2인자였던 이기붕의 장남이었다. 그런데 이강석을 사칭한 한 청년이 지방을 돌며 '귀하신 몸' 대접을 받으며 돈을 챙긴 것이다. 결국 들통 났지만 이름만으로 지방의 공무원, 경찰들의 머리를 조아리게 했던 당시 이강석의 위세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무소불위하던 이강석과 지금의 정유라가 비슷한 점이 많다는 얘기도 나온다.
1969년은 기유년이다. 하지만 이 해는 어둠을 쫓는 닭의 기운과 거리가 멀다. 박정희의 집권 연장을 위한 3선 개헌이 이뤄진 해이기 때문이다. 당시 헌법은 대통령이 1차에 한해 중임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에 연임했던 박정희는 출마할 수 없었다. 이 헌법을 고쳐 대통령의 3선을 허용한 것이다. 3선 개헌을 통해 박정희는 장기집권의 토대를 마련했고 이는 결국 유신체제로 이어지게 됐다.
2005년 을유년에는 과거 기업, 정치권, 검찰의 관계를 담고 있는 삼성X파일 사건이 불거졌다. 하지만 고질적인 정경유착의 고리는 끊기지 않았고 2016년 최순실 게이트에서도 또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다시 서두의 질문으로 돌아와 닭의 해인 2017년에는 어떤 역사가 전개될까. 닭은 예로부터 새벽을 알리고 빛을 부르는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져 왔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여명을 알리는 동물이 바로 닭이었다. 2016년 우리를 부끄럽게 했던 어둠을 걷어내고 새로운 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를 기대해본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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