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소위 사회지도층 인사가 기자에게 털어놓은 넋두리다. 미국의 정권교체로 한반도 주변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정작 당사자인 우리는 강 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한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비슷한 맥락으로 내년 우리나라가 가야할 방향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한다고 했다. 최순실 게이트와는 별개로 그의 말에서 적극 나서지 못하는 안타까운 처지가 느껴졌다.
더 큰 우려는 리더십 공백이 얼마나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 탄핵소추 심판이 최장 6개월 내에 이뤄져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아도 헌법재판소를 제재할 별다른 수단은 없다. 심판 결과에 따라 혼란은 더욱 심할 수 있다.
한미 동맹뿐 아니라 한반도 주변 정세의 핵심 역할을 하는 미국과의 정상회담도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탄핵안이 인용되고 곧이어 대선을 치르거나, 아니면 기각되더라도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은 빨라야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하다.
대통령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 우리가 세울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은 무엇일까. 국정을 이끄는 정부와 국회가 서로를 존중해 새로운 리더십을 만드는 것이다. 정치권이 계속 부르짖은 '협치'다. 우리는 그동안 '협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수없이 들어왔다. 정치권뿐 아니라 최근에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협치'를 화두로 꺼내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이유에 대해서는 막연했다. 결국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황에서는 리더십의 보완이 해답인 것이다. 탄핵이 새 리더십을 시험대에 올렸다.
최일권 정경부 차장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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