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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論단弄단] 대학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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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1970년대만 해도 노벨상 수상자의 20%를 배출했다. 그러나 최근 수년 동안 영국인 노벨상 수상자는 전체의 10%에 미치지 못했다. 강태진 서울대 공대 교수는 영국 과학계의 과거에 비한 부진을 이같이 전하고 그 원인을 평등주의 교육에서 찾는다.

강 교수는 책 ‘코리아 4.0 지금이다’에서 “영국은 1960년대 유럽을 휩쓴 사회주의 바람에 따라 엘리트 교육을 중시하는 전통에서 벗어나 평등주의로 전환했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영국에서는 학생의 능력에 따른 선택적 교육이 획일적 교육으로 대체됐고, 평균은 높아졌으나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는 데엔 실패했다고 설명한다.
그 결과 제2차 세계대전 전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꼽히던 옥스브리지(옥스퍼드대학과 케임브리지대학의 통칭)는 어느새 미국 대학에 밀리게 됐다. 위상 하락은 특히 과학 분야에서 심각했다. 영국이 밀리게 된 교육과 과학의 자리를 미국이 차지했다. 미국은 현재 노벨상 수상자의 70% 이상을 배출한다.

대학은 과학뿐 아니라 기술과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한다. 강 교수는 “산업사회가 지식기반 사회로 전환되고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대학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국내 주요 대학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수준이 되지 않으면 우리나라도 선진국 반열에 오르지 못한다는 뜻이다. 시대와 지구촌의 변화도 변화지만, 현재 한국이 처한 단계를 고려할 때 국내 대학의 경쟁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국 경제가 모방하고 추격하는 기존 단계에서 탈피해 산업 선도자가 되고 선진국으로 올라서려면, 대학이 앞서서 이끌고 뒤에서 받쳐줘야 한다는 말이다. 즉, 대학은 전보다 더 창의적이고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고 미래지향적인 연구와 융합하는 성과를 내야 한다.

세계적인 명문 대학이 만들어지기 위한 조건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들은 우수한 교육과 연구 성과, 정책·사회·문화 환경, 재정여건, 대학 지배구조 등 네 가지를 꼽는다.
이 가운데 정책·사회문화 환경과 재정여건은 글로벌 대학에 비해 매우 불리하다.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학생 수가 줄어드는 데다 대학진학률도 하락하고 있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반값 등록금’이 이슈가 된 이후 등록금이 인하되거나 동결됐다. 등록금 기준 국내 사립대학의 재정 규모는 해외 저명 사립대학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평준화 정책으로 인해 대학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 어려워져 대학의 수월성 교육 여건이 불리해졌다.

그러나 해법이 없는 문제는 없다. 해법은 규제를 풀고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다.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지 않는 사립대학에게는 학생 선발부터 등록금, 정원, 교과과정에 자율권을 줘야 한다. 또 나눠주기식을 지양하고 우수한 연구에 예산을 지원함으로써 연구 수월성을 추구하도록 해야 한다.

정갑영 연세대 전 총장 등은 공저 ‘대학교육의 혁신’에서 “자율권을 받은 국내 대학들이 내부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나가면 한국은 아시아의 교육 허브로 발전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아시아의 교육 허브가 되면 학령인구 감소와 해외유학 등 여러 현상과 그로 인한 결과가 완화될 수 있다. 대학에는 한국의 경제·사회·문화가 얽히고설켜 있다. 대학 문제를 먼저 풀어냄으로써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순서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본다.

백우진 한화투자증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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