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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재판관 9명에게 거는 국민적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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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가 죄가 될 때가 있다. 무지의 형량은 그가 가진 책임과 역할의 크기에 비례한다. 책임질 필요도, 역할도 없다면 죄를 물을 이유도 없다. 제 한 몸 건사하면 그만이다. 수족이 고달픈 건 본인이 책임져야 하는 문제다.

수천, 수만 명의 직원을 이끄는 기업의 최고경영자라면, 수백만, 수천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 그들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지는 국가수반의 무지는 그 자체가 재앙이다. 거기에 편견과 독선까지 갖추고 있다면 그야말로 불행한 결말이다.
1960년대 이후 줄곧 성장가도를 달리던 대한민국은 외환위기를 맞으며 내리막을 맛봤다. 외환위기 극복은 훗날 국제사회에서 위기를 성공으로 극복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지만 상처는 곳곳에 남아 있다. 기업의 상시 구조조정은 절망을 키웠고, 수백만 비정규직을 양산했다. 경쟁은 일상화됐고, '가죽을 벗겨 새롭게 한다'는 혁신은 그 무시무시한 의미를 뒤로한 채 미덕으로 미화됐다. 남녀노소 모두 경쟁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초조한 사회는 대한민국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 출산율 꼴지 수준의 국가로 만들었다.

'다이내믹 코리아'는 우리를 여기까지 끌고 왔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에 육박하는 상황에서도 그 '다이내믹'에 발목이 잡혀 행복지수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불안정한 고용과 불안한 노후는 미래를 저당잡고 있다. 인생의 목표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 성공에 있다'는 논리는 다른 가치들을 집어삼키고 있다.

위기를 극복하고 한 단계 도약하는 동안 그늘도 함께 생겨났다. 시스템의 부재 내지는 붕괴의 한 축에는 언제나 무능력하고 독선적인 리더가 존재했다.
대한민국은 지금 거짓투성이 위에 서 있다. 제기된 의혹은 산더미다. 수십 부작 막장드라마다. 밝혀진 사실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 국민들을 집단적 울분으로 몰아넣은 대통령은 아직도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대통령의 의식 속에서 헌법정신과 법치는 실종됐다. 국민들을 더 절망하게 하는 것은 '도대체 잘못한 게 뭐냐'는 그 표정이다.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두텁고 높은 벽 같은 언어를 써 소통불가만을 확인시켜 준다.

대통령 주변의 똑똑하고 잘났다는 그들의 머릿속에 국민은 없었다. 시정잡배들이 나라를 주물렀다. 그들은 서로를 철저히 이용했고, 기꺼이 이용당했다. 실시간 생중계되는 거짓의 현장을 보는 건 혈압 오르는 일이지만 이제라도 까발려진 건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잘못된 역사는 임시로 봉합되고 덮여왔다. 진정한 치유는 진실을 제대로 규명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번이 기회다. 오늘의 역사를 제대로 응시한다면 후회와 상처는 남지 않을 것이다. 거기서 다시 일어설 힘을 얻을 것이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의 법률가로서의 명예와 양심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있다.








김민진 사회부 차장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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