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추스르면서 황교안 권한대행도 보좌해야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9일 탄핵과 함께 직무정지되면서 한광옥 청와대비서실장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청와대가 박 대통령 대신 황교안 국무총리 겸 대통령권한대행을 보좌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한 비서실장이 황 대행과 청와대 참모진의 가교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총리실과의 업무조율을 통해 보고라인 설정에 돌입했다. 아직 구체적인 결정은 나오지 않고 있지만 과거 사례를 참고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는 한 실장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황 권한대행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으로 대행을 한 고건 당시 총리를 롤모델로 삼고 있는데, 고 총리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비서실장이 주재하도록 했다. 고 총리는 청와대 수석회의도 정부청사가 아닌 청와대에서 갖도록 했다. 이 때문에 황 총리도 수석비서관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대신, 회의 결과를 추후 보고받는 쪽으로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한 실장이 청와대 참모진의 의견을 모은 후 황 권한대행에게 보고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다소 형식적인 보고절차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각 부처 장관들께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비상한 각오로 합심해 경제 운용과 안보 분야를 비롯해 국정 공백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참모진의 황 권한대행에 대한 보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통령 직무정지에 따라 청와대가 정부 업무에 크게 관여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 실장은 대통령에 대한 헌재 판결이 나올 때까지 대외업무 보다는 청와대를 추스리는 역할만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실장은 오는 11일 대통령 직무정지 후 첫 수석비서관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황 권한대행과 청와대의 관계 설정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있을 전망이다. 수석비서관 이상 참모들은 촛불집회가 열리는 오늘도 전원 출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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