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의 경제효과…리더십 교체로 개혁 계기·증시 뛰어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올해 들어 정상이 불명예 퇴진한 영국·브라질·이탈리아는 정치 혼란이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비교적 순항하고 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후 총리 사임(영국). 부정부패 스캔들 대통령 탄핵(브라질), 개헌안 국민투표 부결 후 총리 사임(이탈리아) 등 정치 혼란의 이유는 나라별로 제각각이지만 단기적인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는 사례로 읽힌다.
지난 8월 물러난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호세프는 지난 2011년 브라질 사상 첫 여성 대통령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뒤 잇단 부패 스캔들로 민심을 잃고 대규모 시위 끝에 상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돼 대통령직을 내려놓았다.
영국 역시 세계적인 위기로 이어질 뻔 한 유럽연합(EU) 탈퇴 문제를 수장 교체를 통해 현명하게 극복하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총리는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발표된 직후인 지난 6월 25일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영국 증시는 브렉시트 투표 이후 이틀간 5% 넘게 빠졌다. 리더 공백에 따른 정치 리스크와 브렉시트 수습 과정을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 등장한 테리사 메이 총리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내각 구성을 완료했다. 이후 그는 국내외 안팎으로 보폭을 넓히며 적극적으로 브렉시트 후폭풍 차단에 나섰다. 그 결과 캐머런 총리 퇴진 이후 영국 증시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지금까지 오히려 16%나 상승했다.
하지만 당초 이탈리아발(發) 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는 맞아 떨어지지 않았다. 투표 결과 발표 직후 소폭 하락했던 이탈리아 증시는 이후 3거래일간 8%나 상승했다. 3위 은행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BMPS)의 구제금융 등 은행권 부실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긴하지만 이탈리아 금융시장 전체나 유럽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시나리오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상이 예정에 없던 퇴임을 한 것은 아니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 금융시장의 충격이 클 것이란 당초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고 미 증시가 연일 신고점을 경신하고 있는 상황도 리더십 교체에 따른 불확실성이 반드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워싱턴포스트(WP)는 8일자(현지시간) 기사에서 "한국인들은 강한 민주주의가 대통령 스캔들을 이겨냈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면서 "이는 특히 현시점에서 미국인들이 배워야 할 점"이라고 언급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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