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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tests] 허지웅 에세이, '나의 친애하는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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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애하는 적

나의 친애하는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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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허지웅(35)이라는 이름 석 자가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2013년 JTBC 시사프로그램 '썰전'과 예능프로그램 '마녀사냥'에서 솔직한 입담과 촌철살인의 어록으로 단번에 스타 반열에 올랐다.

민감한 정치, 사회적 이슈에 대해 까칠한 발언을 쏟아내는 탓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이슈를 몰고 다니는 만큼 오해의 소지도 많다. 때문에 무성욕자,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 등 그를 정의하는 말도 허다하다. 그의 독특한 패션스타일까지 섭렵하려는 팬층이 늘어나는걸 보면 확실히 스타급 연예인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자의식은 명확하다. 그는 자신을 소개할 때마다 "글 쓰는 허지웅입니다"또는 "방송에 종종 불려나가고 있지만, 글을 쓰지 않으면 건달에 불과하다"라고 말할 정도로 소신이 분명하다. 그는 신문과 잡지에 시사, 영화에 관한 칼럼을 연재해왔다. 소설 '개포동 김갑수 씨의 사정'과 1960~1980년대 한국 공포영화를 다룬 '망령의 기억'을 썼다.

허지웅이 신작에세이를 들고 돌아왔다. 2년 전 '버티는 삶에 관하여'에서 엄혹한 시대 속 각자의 '버티는 인생'에 대해 이야기 했다면, 이번엔 자신을 둘러싼 적(敵)들에 관한 이야기다. '나의 친애하는 적'은 그가 사랑한 다큐멘터리 제목이자 주변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를 함축한다. 그는 이 책에서 청소에 집착하는 이유와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 내밀한 가족사까지 다양하게 털어놓는다. 스타워즈, 영화, 선인장, 친구, 이별 등을 소재로 사소한 일상과 그의 생각을 가장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다.

이 책은 '관계'를 화두에 올려놓는다. 1부의 중심은 '나'다. 작자 자신과 그를 둘러싼 세계, 나와 나 자신, 또는 당신, 나아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끊임없는 '거리재기'를 시도한다. 그가 관계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이유는 최적의 거리를 찾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청소에 집착하는 이유도 나름의 철학이 있다. 되돌릴 수 없는 관계들,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생각한다면 손댄 만큼, 움직인 만큼, 정직하고 깨끗하게 제자리로 되돌릴 수 있는 행위 가 청소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악성 루머 글에 시달리며 감당할 수 없는 상황들에 직면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끌어안고 이해하려 애쓴다. 자신의 행동을 경계하고 관계를 성찰하는 과정 속에서 언제나 같은 결과에 도달하지만 "살다보면 별 일이 다 있어요"라고 말하며 웃어넘긴다. 살면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 모든 것들을 이내 '다 있어요'라는 말 안에 쓸어 담으며 어찌됐든 어루만지고 화해를 시도한다.

2부는 좀 더 솔직하다. 역시 관계에 관한 이야기지만 중심추를 상대에게 놓았다. 그가 사랑받고 싶었고 열렬히 사랑했던 '얼굴'들, 바로 가족이다. 이들 중 그가 인생에서 가장 친애하는 적으로 꼽은 인물은 다름 아닌 '엄마'다. '엄마, 나의 가장 친애하는 적'에는 그가 처음으로 글을 써서 책으로 엮어낸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작가 허지웅 최초의 독자는 바로 엄마였다.

"그녀는 한때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아는 이들 가운데 가장 작고 약한 사람이다. 이런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엄마 생각을 하면 나는 늘 조금 울고 싶어진다".

마지막 3부에서는 독설가다운 면모도 보인다. 1부가 '나'의 이야기, 2부가 '당신'들의 이야기라면 3부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아픔과 분노다. 과거가 청산되지 않은 사회, 가해자가 승자로, 피해자가 패자로 남는 병든 사회, 세월호, 국정 교과서, 경제 사범 처벌의 어려움, 왕따 문제까지 아우르며 한국 사회의 각종 병폐들을 영화나 다큐멘터리, 일화를 통해 풀어간다.

허지웅은 독자들을 향해 당신 역시 '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의 친애하는' 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그는 "내가 나를 차갑게 경계할 수 있도록 부디 언제까지나 도와 주세요"라며 손을 내민다.

<허지웅 지음/문학동네/1만5000원>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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