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은 7일(현지시간) "어느 누구도 저를 대신해 발언하거나 행동한다고 주장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이날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을 통해 밝힌 성명에서 "최근 한국에서 일부 단체나 개인들이 마치 저를 대신해 국내 정치문제에 대해 발언하거나 행동하고 있다는 주장들이 보도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해명했다.
그는 또 "내년 1월 중순 귀국 후 한국 시민으로서 어떻게 한국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최선일지 의견을 청취하고 고려할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반 총장의 성명은 한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 표결을 하루 앞둔 민감한 시점에 긴급히 나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대통령 탄핵의 폭발력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국내 정치나 특정 계파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날 반 총장은 내년 1월 중순에 귀국하겠다는 당초 계획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반 총장 입장에선 한국이 탄핵 폭풍으로 휘말리고 기존 정치 지형이 급격히 재편되는 상황을 당분간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 밖에 향후 정치 상황이 극도로 불투명한 상황에서 특정 계파와의 연대나 향후 대선 시나리오를 노출하는 것은 자칫 무거운 족쇄가 될 수 있다. 이는 위기의 한국 사회를 중재하고 수습하는 적임자를 자처하며 대권에 도전하려는 반 총장 측 구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급류가 몰아치는 한국 정치 상황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반 총장의 행보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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