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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박근혜-최순실 스캔들의 경제적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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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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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가 시끄럽다. 작금의 사태는 본인이 저지른 일이 왜 범죄가 되는지도 모르는 비윤리적인 대통령을 견제하지 못한 한국 민주주의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수백만 촛불은 병든 나라를 바로 잡으려는 국민의 자정 작용일 것이다.

모든 스캔들 배후에는 여자와 돈이 있다고 했던가? 박근혜-최순실 스캔들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대통령과 독대한 9개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발언한 내용을 보면, 이번 스캔들의 배후에 재벌들과 권력의 부정한 고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삼성이다. 삼성의 이재용은 지난 7월 박근혜와 독대해 최순실이 주도하는 미르재단과 정유라를 지원하고, 재빠르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성사시킨다. 당시 합병의 관건은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을 합병에 찬성하도록 설득하는 일이었는데, 청와대가 합병에 반대하는 당시의 국민연금 이사장을 억지로 물러나게 하자 삼성은 때를 놓치지 않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직접 만나 설득한다. 결국 누가 봐도 불합리한 합병비율을 적용한 합병으로 이재용은 통합 삼성물산의 상장가 기준으로 3조원 이상의 이득을 보고 삼성의 지배력을 확고히 한 반면 국민연금은 4000억원 이상의 손해를 본 것으로 평가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청와대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을 미르재단 등에 들어갈 8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대기업들에 강제로 할당해 걷도록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왔고, 한화는 정유라에게 말을 사준 후 삼성과 빅딜을 성사시켰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밖에도 현대차, SK, 롯데 등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러 의혹을 받고 있었다. 한 마디로 우리 경제는 재벌들과 권력의 음흉한 탐욕이 손잡은 정경유착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부정한 정경유착은 당장은 이득처럼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성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건강한 사회, 유능한 종업원, 충성 깊은 소비자, 책임 있는 투자자, 우호적인 공동체가 존재할 때 비로소 기업은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정경유착이 일상화되면, 일반 대중들에게 기업에 대한 적대감을 증폭시켜 기업 이미지가 훼손될 뿐만 아니라, 시장을 교란시켜 자원 배분이 왜곡되는 시장 실패를 가져온다. 이런 시장 실패는 결국 기업이 사적 이윤을 추구할 정당성을 훼손시켜 기업 활동 자체를 위협하고 국민경제 전체의 위축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기업인들은 사적 이윤추구를 당연시하는 풍토가 인류 역사상 극히 최근에 등장했음을 인식해야 한다. 서양의 경우 산업혁명기 즉 250년 전이고 우리나라의 경우 고작 100년도 채 되지 않았다. 사회가 기업의 사적 이윤 추구를 용인한 까닭은 기업이 사회에 피해를 끼치지 않고 혜택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런데 기업이 부정한 방식으로 권력과 뒷거래를 한다면, 많은 국민들은 부당하게 피해를 입게 되고, 결국 기업 자신이 국민의 지탄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번 박근혜-최순실 스캔들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재벌들의 불법행위를 엄격히 제재할 필요가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짓이겠으나, 지금이라도 정경유착의 거간꾼 역할을 한 전경련을 해체하고 재벌들의 부정한 행위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강화하는 입법에 나서야 할 것 같다. 당연한 일이지만, 정치권력이 기업의 정당한 활동을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고, 국민연금의 자산이 전문적이고 독립적으로 운용되도록 담보하는 방안도 동시에 강구돼야 할 것이다.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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