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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방사 MC 타보니… 본지기자, 380kg거구에 쩔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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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방사 MC 타보니… 본지기자, 380kg거구에 쩔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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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수도방위사령부 소속 헌병 MC(Motor Cycle)대원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수학능력평가시험 시간에 지각 가능성이 있는 수험생들을 태우고 수송 작전을 펼쳤다. 해마다 시험 날이면 벌어지는 진풍경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친숙한 헌병MC대원들은 2011년 G20정상회담,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등 국외 정상들이 참여한 국내 행사 때마다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 지난달 28일 수도방위사령부를 찾았다.


영하의 날씨를 기록한 아침, 군부대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지하철 4호선 남태령역에 도착해 출구를 나오자 '살아 충성, 죽어 방패'라는 문구와 함께 수도방위사령부 정문이 한 눈에 들어왔다.


군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찾아간 곳은 헌병MC대원들만 탈 수 있다는 모터사이클 대기소. 건물 문을 여니 마치 모터사이클 전시장에 온 듯 깨끗하게 단장된 오토바이 50여대가 나란히 줄 서 있었다. 오토바이의 로고를 본 기자는 가슴이 설레였다. 남자라면 한 번쯤 꿈 꿔 왔던 할리데이비슨(Harley-Davidson)과 BMW 상표가 붙은 오토바이를 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군 관계자는 "10분만 달리다보면 환상은 깨질 것"이라며 기자를 뒤에 태우고 시동을 걸었다. 배기량 1600CC가 넘는 오토바이는 특유의 배기음을 내기 시작했고 엔진의 진동은 그대로 몸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의 말대로 부대를 빠져나오자 설레임은 모두 사라졌다. 2차선 도로를 달리기 시작하자 거센 찬바람은 가죽으로 만들어진 제복을 뚫고 들어왔고 헬멧에 부딪히는 바람에 고개는 좌우로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토바이의 속도를 높여 시속 80㎞에 달하자 얼굴을 내리치는 바람에 숨조차 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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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관계자는 "MC대원의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여름에는 지열, 태양열, 엔진 열을 감당해야하고 겨울에는 얼어붙은 손끝, 발끝, 코끝의 고통을 견뎌내야 하는 보직"이라고 설명했다.


10분 만에 도착한 곳은 가로 180m, 세로 80m로 넓직한 과천 서울대공원 9번 주차장. 이곳이 바로 수방사 MC대원들이 기동훈련을 하는 곳이다. 종합행정학교에서 군 2종 면허증을 취득한 장병들이 3주동안 전문교육을 받고 있었다. 수방사 MC대원의 30%가 일반 병사다. 군 관계자는 "병사들이 모두 지원병이기 때문에 헌병이라는, MC대원이라는 자부심에 가득 차 있다"고 귀뜸했다.


하와이주립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MC대원을 지원했다는 윤태원 이등병은 "사회에서는 조그만한 오토바이를 탄 것이 전부였지만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 하루하루가 흥미진진하다"고 했다.


호기심에 기자도 할리데이비슨 핸들을 잡았다. 하지만 보는 것과 전혀 달랐다. 거치대를 걷어 오토바이 몸체를 세워야 했지만 380㎏이 넘는 오토바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오토바이의 무게 때문에 허벅지를 이용해야 한다"고 알려줬다. 다시 시도했지만 오토바이는 미동만 할 뿐이었다. 조교의 도움을 받아 오토바이에 올라탔지만 눈앞에 보이는 주유 측정계, 속도계, 기압계 등 각종 계기판과 여러가지 버튼에 혼동만 됐다.


순간 오토바이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무전으로 보내온 지시가 흘러나왔다. 왼손으로는 클러치를 잡고, 오른손으로는 앞 브레이크를 잡고 시동버튼을 누르자 오토바이는 웅장한 소리를 내뿜기 시작했다. 클러치를 쥐고 있는 왼손에 힘을 풀자 오토바이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속도가 나지 않아 두 발을 지면에서 뗄 수가 없었다. 기자가 움직이지 못하는 사이 훈련을 받던 MC대원들은 기어를 자유자재로 바꾸며 S자 코스에 이어 고속주행을 하며 앞질러 나갔다. 결국 기자는 20m도 나가지 못하고 오토바이에서 내려와야 했다.


연간 5개 기수로 편성된 80여명의 MC대원들은 수방사에서 3주 동안 기초훈련, 주행훈련, 종합훈련, 장비 정비 등을 교육받는다. 지원자가 많은 만큼 지원자격도 까다롭다. MC 승무헌병은 신체등위 1∼2급 현역입영대상자로 신장 175㎝ 이상, 시력(나안) 0.8이상의 신체요건을 갖춰야 한다.


이성은 교관(상사)은 "일반인들이 타는 오토바이와 상표는 같지만, 탑승목적이 전혀 다르다"며 "특수 임무대를 태우고 기동훈련과 사격훈련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자세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훈련을 마치고 오토바이 뒷자리에 올라타 수방사로 복귀하는 동안 도로위에 운전자들은 MC대원들을 힐끗힐끗 쳐다봤다. 기자가 처음 할리데이비슨을 부러움으로 눈빛으로만 쳐다봤듯 그들도 추위, 더위에 맞서 싸우며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MC대원들의 노고를 알아채지는 못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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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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