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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마니아' 이경석 문태중 교장 '왜 달리는가?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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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문태중 이경석 교장, 1999년 허리 통증 찾아와 걷기 부터 시작해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달린 16년간 기록을 책으로 묶어 ..."지구 한 바퀴 달려야겠다는 첫 다짐 아직 변함 없다" 며 마라톤 예찬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고향인 목포에 내려가 중학교 교장으로 근무하는 친구가 책을 발간했다며 소식을 전해왔다.

목포 문태중학교 교장으로 근무중인 이경석 선생이 1999년 허리 요통으로 걷기부터 시작해 마라톤을 하게 된 인연과 소감을 묶은 책 '왜 달리는가?'를 펴냈다.
이 교장은 책 서문에서 1999년이 저물 때 즈음, 서서히 요통이 찾아와 요통과 싸움을 시작하면서 2001년부터 달렸던 16년의 기록을 한 권의 책으로 풀어냈다.

그는 "새로운 1000년이라면서 세계가 떠들썩할 때, 나는 요통과 싸우기 시작했다. 2000년이 들어서 요통이 악화돼 20분 이상을 앉아있지 못했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항상 서서 생활해야할 정도로 악화됐다. 방학 때에는 방안에 늘 누워있었더니 우리 집 아이들이 왜 우리와 놀아주지 않느냐며 구박했던 기억이 있다"고 책을 쓴 배경부터 밝혔다.

이후 물어물어 용하다는 의사를 찾아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구당 김남수 옹을 찾아가 침 뜸 치료도 받았고, 디스크 전문 병원 및 한의원들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서서히 요통이 완화될 즈음, 용산구 용문동의 어느 한의사가 지나가는 말로 걷기를 꾸준히 할 것을 처방했다. 바른 자세로 걷는 것이 요통을 완화 시키고 허리의 근력강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처음 듣는 말은 아니었을 텐데, 이상하게도 그 말이 굉장히 마음을 움직였다. 그 때가 2001년 9월이었다. 처음으로 운동 삼아 걷기 시작한 것이 2001년9월 15일로 기록돼 있다며 걷기부터 시작, 오늘의 마라톤까지 과정을 이야기 하듯 풀어냈다.

이른 아침 가을 안개가 뿌연 효창운동장에서 시민들을 비롯 당시 배문고 육상부 학생들과 함께 트랙을 돌았다. 요통으로 앓기 전에도 달리기를 즐겼던 터라, 걷기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걷다가 빨리 걷다가, 곧 이어 슬슬 달리기로 이어졌다. 급한 나머지 그해 11월4일에 제1회 중앙하프 국제마라톤의 10km 부문에 참가하게 됐다. 조심스럽게 달렸던지 아주 싱겁게 완주했다.

약간의 도전이 필요했던 차, 그 해 12월 22일 지인의 안내로 연습 삼아 하프코스를 완주했다. 여의도에서 가양대교를 왕복하는 거리였는데 상당히 어려웠고, 그로 인한 무릎 통증으로 고생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1시간 56분 30초로 첫 연습치고는 상당히 빠른 기록이었다. 달리기 전에는 과연 완주할 수 있을까 두려웠는데 완주 후에는 별거 아니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경석 목포 문태중 교장의 '왜 달리는 가?' 책 표지

이경석 목포 문태중 교장의 '왜 달리는 가?' 책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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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 김에 2002년 4월7일, 제2회 서울관광 국제 하프 마라톤에 첫 하프를, 2002년 4월 28일에 제2회 인천 국제마라톤에 첫 풀코스를 각각 완주했다. 내친 김에 2003년 10월 26일에는 서울 울트라 마라톤 100km를 완주하기에 이르렀다. 그 때의 성취감이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힘든 기억도 있지만, 그보다는 가능할 것 같지 않았던 거리를 달렸다는 기쁨이 더 컸다.

마라톤의 세계에 입문하자마자 마라톤에 중독되다시피 했다.

이때부터 나의 생활은 마라톤이 중심이 됐다고 고백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먼저 달려야했고, 어디를 가든지 운동복을 먼저 챙겼다. 비가 오거나 눈이 와도 달리는 시기였다. 폭우로 한강에 홍수주의보가 내려 한강 둔치가 물에 잠겨도 한강으로 달려 나갔고, 한 겨울 눈을 밟으면서도 달렸을 정도였다. 매일 달리기 일지를 쓰면서 주간 통계, 월간 통계를 집계하면서 느꼈던 뿌듯함이란! 좋은 것을 혼자 누릴 수는 없었다.

학교의 동료들과 동호를 조직했다. 2003년에는 ‘달리는 자의 기쁨 더’라는 이름으로 15명의 회원을 모집, 직장내 동호회를 활성화 시켰다. 동호회원을 중심으로 교직원 35명이 함께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마라톤이 내가 근무하던 학교에 큰 바람을 일으켰다. 사람들은 중독이라고 우려했지만, 나는 그것은 좋은 중독이니 걱정 없다고 항변했다. 동네에서도 지인들끼리 ‘달려서 기쁜 사람들’이라는 동호회를 조직해서 활동했고, 가족들까지 확대해서 가족들도 대회에 참석하곤 했다. 달리기가 직장과 가족 화합의 촉매가 됐단다.

지구 한 바퀴는 달려야겠다는 처음의 다짐은 아직 변함이 없다. 여건이 여의치 않아 처음만큼 많은 거리를 달리지 못하지만, 달리기는 아직 내 생활의 중심이다. 가족휴가를 떠날 때도, 해외여행을 갈 때도 맨 먼저 운동복을 챙긴다. 2003년 인도의 뭄바이의 겨울, 시가지를 달리다가 짙은 스모그 때문에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왔던 일, 2004년 일본의 수서노라는 마을에 머물면서 하얀 눈덮인 후지산 언덕을 달렸던 일, 2012년 겨울 저장성 타이조우에서 새벽시장을 달렸던 기억 또한 선명하다. 2010년 가을, 멜버른 시내를 흐르는 야라 강을 따라 두어 시간 달렸던 기억은 멜버른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더욱 잊히지 않는다. 여행으로 지쳐있는 몸과 마음이 숨 헐떡이며 한 바탕 달린 후에 다시 회복되는 체험을 했다.

이제 그만 달렸으면 어떠냐고 지인들은 말한다. 내 생각은 다르다. 달리는 것은 밥 먹고 일하는 것처럼 일상의 운동에 불과하다. 다만 마라톤 대회를 통해서 지나치게 부각될 뿐이다. 기록을 위해 치열하게 달리지만 않는다면 몸이 허락할 때까지 즐길 수 있겠지 싶다. 드러나지 않은 강호의 고수들에게 나의 이야기는 우스울 것이다. 진짜 고수들은 숨어있다. 그들은 굳이 드러내기를 원하지 않는다.

내가 책으로 엮은 까닭은 달리기에 배어있는 나의 삶과 경험이 달리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용기가 됐으면 하는 바램 때문이다.

체코의 전설적인 육상선수 에밀 자토펙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며, 인간은 달린다.... 인생을 경험하고 싶다면 마라톤을 하라”

달리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 마라톤 완주를 겁먹은 사람들은 한 번쯤 새겨들을 말이다.

2001년 이래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더러는 숨차게 달리고, 더러는 느긋하게 달렸다. 멈추고 옆을 볼 때도 있었고, 앞만 보고 달릴 때도 있었다. 가다가 힘들면 서서히 걷기도 했다.

이 교장은 "16년간의 기록이다. 대회가 끝나고 가슴이 뜨거울 때 적은 글은 글도 덥다. 다시 읽으니 그 때의 풍경, 그 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재현된다. 마라톤의 세계로 이끌어 주었던 송길황 님, 105리길을 동행했던 동호인들, 그리고 대회 때마다 새벽에 일어나 밥을 챙겨주고, 대회장까지 바래다주면서도 늘 즐거워한 가장 강력한 협력자, 나의 아내. 그들을 생각하면 언제나 힘이 나고, 감사하다"고 프롤로그를 맺었다.

한편 이 교장은 올 초 '나는 이 아이들의 등대인가?'란 제목의 글을 펴내 지역 교육계에 잔잔한 감동을 일으켰다.

이 교장은 지금도 매일 이른 아침 학교에 나와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하이파이브를 하는 일을 멈추지 않으며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참 스승'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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