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서적에 아이들은 4~5세 때 상상력과 공상력이 활발해져 현실과 구분 짓지 못하는 말을 하기도 하다가(이 때의 거짓말은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6세 즈음부터는 남을 속이기 위한 거짓말도 할 수 있게 된다더니 어찌 그리 딱 맞을까. 엄마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그만큼 자라버린 아이가 내심 대견스럽기도 하다.
앞서 2차 담화에서 "검찰 수사를 성실하게 받겠다"고 한 약속을 왜 지키지 않는지 미안하다는 말도 없었다. 지난달 25일 첫 대국민 사과 때 "(최순실에게서)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의 표현 등을 도움받은 적이 있다"고 한 말도 불과 하루 만에 '단순한 도움'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이 이러할진대 주변인들이야 두말할 필요가 있을까.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최순실과는) 알지도 못하고 통화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는데 정작 차은택은 "최순실의 지시로 김 전 비서실장을 만났다"고 했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고교 재학시절 출결관리 특혜와 촌지수수 혐의를 묻는 감사장에선 전·현직 교사와 학교 관리자들이 진술을 번복하고 서로 엇갈린 주장을 했는데, 다들 어찌나 단호하고 결백하던지 시의원들조차 "모두가 공범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거짓말을 덮기 위해선 다른 거짓말이 계속 생겨난다. 사사로운 인간관계에서도 거짓과 불신이 생기면 다시 회복하기 어려울진대 대통령과 국민, 정부와 국민의 깨어진 신뢰는 무엇으로 메꿀 수 있을까.
아이는 요즘 '늑대와 양치기 소년' 동화책을 읽으며 거짓말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깨우쳐가는 중이다. 양치기 소년이 두 번이나 마을 사람들을 속인 후 진짜로 늑대가 나타나 세 번째 도움을 요청했을 땐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다. 1·2차 담화와 별반 달라진 게 없는 대통령의 3차 담화에 이제 국민들은 '시민불복종'을 선언했다.
조인경 사회부 차장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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