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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박근혜, ‘수사결과 불복’ 검찰 조사 모두 무시할 것

최종수정 2016.11.21 06:47 기사입력 2016.11.2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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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과 더불어 ‘국정농단·이권개입’의 주인공으로 지목된 피의자 신분의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 수사결과를 송두리째 부정하며 향후 특별검사로 수사권이 넘어갈 때까지 검찰 수사에 일절 협력하지 않을 의사를 변호인을 통해 내비췄다.

‘최순실 게이트’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0일 최씨, 청와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강요미수 등 혐의로,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최씨는 사기미수 혐의 등도 받는다.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씨에게 각종 이권과 국가기밀을 안겨준 것으로 보고,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검찰은 박 대통령과 최씨가 공동으로 죄를 범한 ‘공동정범’으로 규정했다. 청와대 참모조직이 실상 ‘40년 인연’의 전횡을 거든 부역자로 판명된 셈이다. 박 대통령은 단지 헌법상 현직 대통령의 형사소추를 면하는 특권 덕분에 당장의 재판만 면한 상태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검찰 수사결과는)상상과 추측을 거듭한 뒤 그에 근거하여 자신들이 바라는 환상의 집을 지은 것으로, 한 줄기 바람에도 허물어지고 말 그야말로 사상누각(沙上樓閣)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 앞으로 검찰의 직접 조사 협조요청에 일체 응하지 않고 중립적인 특검의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반발했다.

박 대통령은 작년 7월 안 전 수석을 움직여 삼성 등 7개 그룹과 독대 일정을 잡는 등 강제모금 운을 띄운 뒤, 최씨에게 미르재단 운영을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와대 참모들은 두 사람을 오가는 ‘메신저’였다. 최씨가 미르재단 이름과 임원진을 정하면, 박 대통령이 그 실행을 청와대 참모들에게 지시해 재계와 접촉했다. 이미 갔던 길은 쉽다. K스포츠재단도 미르재단과 마찬가지 전철을 밟아 설립됐다. 검찰은 두 재단의 설립상 하자를 공소장에 적시했다.
두 재단은 최씨가 낙점한 인사들이 포진하고, 돈을 댄 국내 53개 대기업은 단지 안 전 수석 등이 요구하는 대로 주머니를 열었을 뿐 창립총회 회의록 같은 형식적 요건마저 모두 허위인 불법 재단이었다. 검찰은 각종 인허·가 등 행정처분이나 세무조사를 비롯한 사정(司正)권 발동 등에 광범위한 권한을 지닌 행정부 수반이자 국가원수 박근혜 대통령의 지위,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뒤따를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등이 기업들로 하여금 출연의무를 강제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최씨가 재단 및 본인과 측근 업체를 통해 이권을 노리거나, 국정기밀을 받아 볼 때마다 박 대통령은 참모진에게 이를 거들도록 지시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안 전 수석 등은 최씨 측이 흡족해 할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면 협박도 서슴지 않았고, 대통령 지시로 관·재계 인사들과 최씨 측근 사이에 다리를 놓기도 했다. 의혹이 본격화되자 휴대전화 폐기·교체 및 각종 기록 삭제, 허위진술 요구 등 청와대 내 조직적인 증거인멸 정황도 포착됐다.

박 대통령 측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그간 대국민 사과·담화를 통해 “좀 더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 등의 표현으로 압축되는 혐의 전반을 부인하는 태도의 재탕이다.

국정기밀 유출, 비선실세 이권개입 지원 내지 재계와의 뒷거래 의혹 관련 재단 설립·운영은 국정수행의 일환일 뿐 이를 사유화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최씨 등 측근의 일탈이라는 취지다. 연설문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의견을 구했을 뿐 국가 기밀이라 할 법한 내용은 새어나간 적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박 대통령 본인은 변호인에게 ‘재임 기간 내내 국민을 위해 희생하면서 내 모든 것을 바친다는 각오로 한 치 사심 없이 살아왔다. 맹세코 대한민국의 발전과 국민들의 삶이 나아지도록 하려는 순수한 마음에서 재단 설립을 추진한 것이고 퇴임 후나 개인의 이권을 고려했다면 천벌을 받을 일이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KT, 그랜드코리아레저(GKL) 등에 대해 최씨 측이 인사·이권 개입 등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직접 청와대 플레이그라운드, 더블루K 등 최씨 측근 업체·인사를 거명하고 연락을 주선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대통령 측은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유능한 인물을 추천받고, 중소기업의 애로를 듣는 것은 흔한 일이고 민원비서관을 따로 둔 것과 같은 취지”라며 “대통령은 직무 수행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나 기업을 도와주기 위해 사심을 갖고, 관계 비서관이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부당한 업무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주 수차례 검찰 출석 요청에 모두 불응하고 최씨 등의 구속만기일을 감안할 때 물리적으로 조사가 불가능한 시점에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었다. 이와 관련 유 변호사는 거듭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하였지 거부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으나, 사실상 다음달께 본격화될 특별검사 수사에만 응할 입장을 내놔 검찰 수사를 피해간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한편 박 대통령 측은 검찰 수사결과에 급박하게 대응하는 과정에서 실제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하지 않은 ‘제3자뇌물취득죄’를 거론하거나,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직권남용·강요 혐의 피해업체명(GKL→GAL)을 잘못 기재하는 등 입장문에 오류를 담았다. 이와 관련 유 변호사는 “초안을 잡을 때 검찰이 공소장에 포함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재한 것을 미처 삭제하지 못한 것”이라며 촉박한 시간에 작성하느라 빚어진 실수라고 해명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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