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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아, 눈물이 키운 스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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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부진 비난에 상처 컸지만 훈련에 더 집중
女프로배구 1라운드 MVP로 반전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끝나고 세 달. 박정아(24·IBK기업은행)는 그 사이 자신과 혹독하게 싸웠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훈련과 경기에 몰입했다. 배구 때문에 받은 큰 상처를 배구로 치유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전에는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안 되는 부분만 계속 생각했다. 지금은 바뀌었다. '이보다 최악이 있을까. 분명 돌파구가 있을 거야' 하면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주문을 왼다"고 했다.

새로운 시즌. 2011년 기업은행에서 프로에 데뷔한 그가 여섯 번째 맞은 V리그다. 출발이 좋다. 다섯 경기를 한 1라운드에서 여자부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17일 현재 득점은 128점으로 전체 6위, 국내 선수 중 성적이 제일 좋다. 오픈공격은 2위(성공률 40.51%), 공격종합 4위(41.61%)다. 팀 순위도 5승2패(승점 16)로 선두다.
박정아는 절정이다. 지난달 3일 끝난 한국배구연맹(KOVO)컵 대회에서 팀을 우승시키고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머리도 단발로 바꿨다. 변화를 바라는 의지였을까. "큰 의미는 없었는데 다들 배구 열심히 하려고 머리카락을 잘랐냐고 묻더라고요. 주위에서 잘 어울린다고 얘기해 주시니 흐뭇하죠."

그는 코트 안팎에서 말수가 적고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 익숙지 않다. 좋아하는 쌀국수를 먹거나 가까운 동료들과 카페를 찾는 경우가 아니면 가급적 문 밖 출입을 안 한다. 소설을 즐겨 읽고 관심 있는 드라마를 몰아서 보는 등 취미도 정적이다. 그런 그가 첫 출전한 올림픽 이후 엄청난 비판을 홀로 떠안았다. 대표팀이 8강에서 탈락하자 경기력이 부진했다는 이유로 원색적인 비난이 그에게 쏟아졌다.


감수성 예민한 스물넷 숙녀가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였으리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마저 비공개로 전환하고 외부와 단절했다. "인생에서 제일 큰 시련이라고 할까. 누구도 제 앞에서 올림픽과 관련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어요. 사실 혼자서 극복하도록 모른 척 해주길 바랐어요." 눈물은 아직 마르지 않았다. "금방 털어내려고 했는데 지금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아요. 원래 경기가 끝나면 영상을 보면서 문제점을 확인하는데 올림픽은 아직까지 볼 엄두가 나지 않네요. 못해서 비판하는 건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지만 '내가 망쳤다'는 자책감…"
그는 상처를 감추지 못했지만 극복하기 위해 더디게나마 애쓰고 있다. "올림픽에서 대결한 선수들은 힘이나 높이가 국내에서 상대한 경쟁자들과 차원이 다르더라고요. 첫 경기 때는 손이 굳을 정도로 긴장도 하고. 아픈 경험이지만 더 많이 배운 계기였어요." 달라진 마음가짐도 수확이다. "이 정도로 안 좋은 결과는 더 이상 없을 거라는 긍정적인 생각, 이 점에서 조금 더 성장하지 않았을까 기대해요."

그는 틈틈이 사이버대학교 강의를 들으며 학위를 준비했다. 졸업을 앞두고 있다. 올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시장의 평가도 기다릴 것이다. 단연 주목받는 '최대어'다. 시련을 딛고 일어서는 그가 당장 세운 목표는 팀의 정규리그 통산 네 번째이자 챔피언결정전 세 번째 우승.

"'개인적인 욕심보다 팀 성적이 중요하다'고 늘 얘기했는데 이제는 달라졌어요. 제가 잘해서 팀이 우승하기로."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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