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의 '반성문'…'뉴롯데' 경영철학을 바꾸다(종합2보)

새 경영철학 '뉴롯데' 질적성장 방점
준법경영위원회 신설,그룹 정책본부 축소
롯데호텔 등 계열사 상장 통해 투명경영 실천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5일 천명한 '뉴롯데'의 핵심은 도덕경영과 투명경영이 골자다. 최근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고 새로운 롯데로 거듭나겠다는 의지가 고스란히 담겼다.

신 회장은 이날 정책본부 주요 임원과 23개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그동안 롯데 사태에 대해 대국민사과한 뒤 그룹의 도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경영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혁신안을 발표했다.

우선 롯데는 그룹의 경영철학과 전략을 기존의 양적성장 중심에서 질적 성장 중심으로 전환, 사회적 책임에 방점을 둔 기업문화를 구축하기로 했다. 롯데는 2020년까지 매출 200조원을 달성해 아시아톱10 글로벌 그룹으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세운바 있다. 이같은 목표의 전환은 고성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산업 생태계 내 갈등을 초래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 대한 반성문이다. 롯데 관계자는 "수치를 앞세운 목표보다는, 고객과 사회와 함께 나누며 사랑받는 기업이 되기 위한 방향으로 목표가 재설정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롯데는 그룹내 준법경영위원회를 신설하고, 그룹 차원의 준법 경영을 위한 제도를 만들기로 했다. 신 회장은 "도덕성을 우선으로 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면서 "제 직속으로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준법경영 위원회를 구축해 변화된 사업 환경과 사회의 요구에 적극 대응하고, 그룹과 계열사의 준법경영 체계를 정착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준법경영위원회는 올해 자산 1조원 이상 계열사에 필수적으로 설치돼 각 계열사의 투명한 의사결정을 감독하는 조직인 투명경영위원회와 함께, 그룹에 준법경영이 뿌리내리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맡게된다.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정책본부는 대수술에 들어갔다. 정책본부는 불필요한 중복 투자를 방지하는 등 꼭 필요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생겨났지만, 규모가 확대되면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생겨난 것으로 보고 정책본부에 대한 대규모 개편작업을 시행하기로 한 것. 이번 개편은 2004년10월 정책본부가 설립된 지 12년 만이다.
현재 롯데정책본부는 총 7개부서(비서실, 대외협력단, 운영실, 개선실, 지원실, 인사실, 비전전략실)와 기타 부설 조직(롯데재단, 롯데미래전략센터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근무 인원은 약 300여명이다. 롯데는 계열사 간 업무 조율, 투자 및 고용, 대외이미지 개선 등 그룹 차원의 판단이 반드시 필요한 업무만 최소한으로 남길 예정이다.

롯데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호텔롯데은 상장이 재추진된다.호텔롯데의 상장은 신동빈 회장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직접 국민들에게 약속한 사항이다. 더욱이 호텔롯데는 한일 롯데그룹의 연결고리로 검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취약한 지분구조 개선하는 것은 신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도 필요한 업무다. 롯데는 검찰의 기소내용 및 재판 진행 경과를 상장 주관사단 및 관련 유관기관과 면밀히 협의해
, 상장을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롯데는 호텔롯데 외에도 우량한 계열사들을 차례로 상장, 기업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건전한 경영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장기적으로 관련 법규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지주회사로 전환하여 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전환구조 및 방법은 아직 검토 중인 단계이나, 검토가 마무리되면 최대한 빠르게 전환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은 1967년 롯데제과를 설립하며 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국민의 사랑과 국가와 사회의 도움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몇 차례의 국내외 경제위기 속에서도 롯데그룹은 지속적인 도약을 거듭해 왔다"면서 "국민의 기대와 사회적 가치에 부합하는 새로운 롯데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