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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한달]줄어든 약속·사라진 소비·멈춰선 성장…3대 벼랑끝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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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시행 한달…썰렁한 유통가 풍경
1끼 5만원 이상 업체 절반 매출 감소
고급음식점 영업부진 사실 악용해
3만원 이하 소형 음식점까지 신음
100팀 찾던 골프장은 60팀으로 줄어

여의도역 인근의 한 일식전문점은 한때 8개의 별실이 가득 찰 정도였지만 김영란법 합헌 결정 이후부터 예약이 급감했다.

여의도역 인근의 한 일식전문점은 한때 8개의 별실이 가득 찰 정도였지만 김영란법 합헌 결정 이후부터 예약이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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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한 달 만에 매출이 50% 가까이 줄었어요. 만남 자체를 자제하는 분위기라서 그런 것 같아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한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에는 저녁 시간이 가까웠지만 손님은 단 두 팀뿐이었다. 이 레스토랑 대표는 "청탁금지법 대상자인 공무원, 교직원, 언론인이 자주 오는 곳도 아니었는데 손님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그는 "(청탁금지법 시행과 관련해) '내 얘기가 아니다'라고 여겼던 다른 업체들도 모이면 매출 떨어졌다는 이야기만 한다"고 하소연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청탁금지법)이 오는 28일 시행 한달을 맞는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 가운데 시행된 청탁금지법의 영향력은 강력했다. 식사 접대와 인사치레 선물 등 그동안의 관행이 사라지면서 관련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문닫는 자영업자도 속출하고 있다. 아직 위법에 대한 구체적인 판례가 없는데다 법안 해석도 오락가락 한 탓에 혼란은 더욱 가중되는 상황이다. 한 외국계 제약사는 법인카드 사용 금지 지침을 내렸다. 제약사 대관 담당자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업무 때문에 국회의원 보좌관 2회, 공무원 2회 약속이 있었지만 모두 차만 마셨다"면서 "업무상 미팅에서 개인 돈을 지출하고 싶지 않아서 다른 식사 약속도 잡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 적용 대상자 수는 공직자 교직원 언론인 등 400만명에 달한다. 이들과 만나고 접촉하는 사람도 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사실상 전 국민이 대상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약속절벽이 소비절벽으로 이어지면서 '성장절벽'도 불가치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합헌 결정 이후 국내 음식점 4곳 중 1곳은 매출에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 8월 26일부터 9월4일까지 외식업체 560곳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한 업체 중 26.43%가 '청탁금지법으로 매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평균 매출 감소율은 18.81%로 집계됐다.

매출 감소 현황을 객단가별로 나눠본 결과, 5만원 이상 업체는 45.45%가 매출이 줄었다고 응답해 절반에 가까웠으며 3만원 이상 5만원 미만 업체도 33.02%에 달해 3곳 중 1곳은 매출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객단가가 청탁금지법 기준인 '식사값 3만원' 상한선에 못 미치는 음식점들까지도 매출감소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객단가가 3만원 미만으로 청탁금지법의 식사값 상한선에 미치지 않는 음식업체도 5곳 중 1곳 이상 꼴인 23.28%가 매출이 줄었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여의도에 있는 음식점들의 경우, 청탁금지법 시행에 앞서 3만원 미만의 점심메뉴 등을 내놨지만 고객 발걸음은 눈에 띄게 줄었다. 국회 공무원인 한모(34)씨는 "한정식집이나 일식집에서는 8000원짜리 대구탕 하나 먹는 것도 부담스럽다"면서 "구내식당에서 먹는 횟수가 더 늘었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인근의 고급식당들은 제 아무리 단품 메뉴를 내놔도 소용이 없다는 반응이다.

한 일식점 주방장은 "장사가 안 된다는 걸 알고 가격협상을 하는 손님도 있다"면서 "술도 무제한으로 제공해달라는 둥 억지를 쓰는 경우도 있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그는 이어 "울며겨자먹기로 3만원짜리 메뉴를 내놓기도 했지만, 이보다 더 가격을 낮춰달라는 요구가 많다"며 "하지만 주방인력이 고급인력이라 임금을 줄일 수도 없고, 결국 구조조정을 할 수 밖에 없어 고민"이라고 한탄했다.

또한 음식점들은 객단가가 높아질수록 평균 매출 감소율도 높아, 3만원 미만 업체들의 경우 매출 감소율이 평균 17.34%였지만 3만원 이상 5만원 미만 업체는 19.97%, 5만원 이상 업체는 25.25%로 나타났다. 골프시장도 고전하고 있다. 청탁방지법 합헌 결정 이후 골프 업계 안팎에서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과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비관론이 뒤섞이며 혼란이 가중되는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실제 법이 시행된 이후 업계에서 체감하는 후폭풍의 강도는 시장의 기대치보다 훨씬 강했다. 경기도 서부에 있는 한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주말 평균 약 100여팀을 채웠지만 청탁방지법 시행 후 주말 60~70팀 정도밖에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골프장들은 그린피 할인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단골들을 상대로 할인 정책을 펼치며 팀을 관리하고 있지만 객단가 하락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꽃시장과 떡집들도 매출이 반토막났다.

경제전문가들은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내수 위축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에 직면할 수 있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 4ㆍ4분기 우리 경제가 0.4% 역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경제전망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청탁금지법 시행의 영향으로 4분기 민간소비가 큰 폭으로 위축될 것"이라며 "골프장, 외식, 농축수산물에 대한 소비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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