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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삶터]가을, 시작하기 좋은 계절

최종수정 2016.10.13 11:12 기사입력 2016.10.1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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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욱 리앤모로우 상무

김희욱 리앤모로우 상무

달콤한 추석연휴가 바로 지난 주 같았는데 출근길 새삼 얼굴에 와 닿는 가을바람은 어색한 듯 아닌 듯 우리의 겉과 속에 스며들고 있다. 기업들은 벌써부터 내년도 사업계획을 준비하고 있고 음악이나 미술 같은 예술학교 진학을 준비해온 학생들은 때 이른 시험 준비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며 절기도 잊은 지 오래다. 학창시절부터 '벼락치기' 문화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것은 아니지만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는 과정에 있어 도무지 힘과 속도 조절이 안 되어 고민이라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래서 오래 전 '작심삼일'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겼고 서양에는 'Start Great, Fall off Suddenly(시작은 거창하게, 포기는 한방에)'라는 표현이 있다. 그만큼 힘든 것은 끝까지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 그것도 100m 달리기 하듯 단번에 불사르는 '격정'의 감정이 아니라 꾸준히 목표를 안고 나아가는 '모성애' 같은 에너지를 유지하는 것이다.

 4분기는 연초에 세운 목표에 대한 본격적인 평가에 들어가는 시기다. 책상 위에 붙여놓은 '다이어트', '중국어 공부하기', '퇴근길 매일 1시간씩 걷기' 같은 '전국 연초목표 대회' 단골 우승 문구라고도 할 만한 목표들, 그리고 팀장은 팀별로, 본부장은 자신이 맡은 본부별로, 기업의 임원들은 저마다 책임지고 있는 계열사별로 세운 목표치들. 일 년 내내 함께하다 보니 눈에 익은 탓일까. 이제는 그 목표와 수치와 항목들이 친숙하게만 느껴질 뿐 부담 따윈 사라진 지 오래지만 '수확의 계절' 가을이 갖는 의미는 이런 부담보다는 한 해 동안의 성과에 대한 감사에 있지 않을까. 물론 정량적 평가와 이에 대한 검증도 중요하지만 이미 이루고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고 스스로를 칭찬하는 마음가짐, 미국의 'Thanks giving Day(추수감사절)'의 기원 역시 이와 맞닿아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감사는 곧 안주로, 안주는 곧 경쟁력 상실로 이어진다는 두려움에 중독돼 있다. 언제부터인가 가진 것보다는 가져야만 하는 것을 갈구하며 스스로를 괴롭히는 삶에 익숙해져 있다. 심지어 이런 불만과 분노를 성공의 동기부여로 삼아야 한다는 '멘탈 파괴' 멘토들이 대중의 인기를 먹으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화를 부추기고 다닌다. 웃지 못할 현실이다.

 '가을의 정취' 하면 빼 놓을 수 없는 낙엽은 올해 열심히 성장한 나무가 내년 다시 더 높이 솟아오르기를 꿈꾸며 기꺼이 거름으로 쓰여 지기를 마다않고 몸을 던지는 것이다. 그 숭고한 의미를 헤아려보면 쓸쓸하게만 보이던 것이 새롭게 다가온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포도를 따 먹는 것에 실패한 여우가 "저 포도는 분명 시고 맛이 없었을 거야"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는 이야기는 또 어떤가. 이 우화에는 때론 자기합리화가 정신건강에 좋다는 식의 '현실적인 해석'이 붙지만, 더 나아가 노력을 해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다른 새로운 목표를 찾는 데 집중하라는 메시지로도 이해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추수감사절 주간의 금요일을 미국에서는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라고 한다. 이것이 해외 직구족들에게는 대대적인 세일기간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실은 일 년 내내 적자였던 상점도 이 날 비로소 흑자로 돌아선다는 의미의, 우리말로 하면 '흑자전환 금요일'인 셈이다. 매년 11월 넷째 주 금요일에서야 흑자가 되는 것일 뿐이지만 적자로 한 해를 마감하는 것에 비하면 어찌 기쁘지 아니하겠는가.

 연초에 세웠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혹은 그렇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자학하거나 의기소침해지는 대신 올 해 남은 10주일을 위한 새로운 목표를 다시 정해 보면 어떨까. 매일 매일을 '오늘로 채우자'란 생각으로 맞이하는 가을은 더 이상 쓸쓸한 후회의 계절이 아닌 시작과 실천의 적기가 될 수 있다.

 김희욱 리앤모로우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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