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조선을 대표하는 법궁은 경복궁이지만 가장 오랜 기간 그 지위를 유지한 곳은 창덕궁이다. 태종 5년째인 1405년 완공된 창덕궁은 광해군 때부터 고종 때까지 260여년을 임금의 주 거처역할을 했다. 조선의 마지막 임금으로 꼽히는 순종이 재위기간 머문 쓰린 기억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궁의 넓이로도 경복궁보다 10만㎡ 이상 큰 55만여㎡에 달한다. 건국과 함께 한양 중심의 도로망으로 개편하면서 창덕궁의 정문 돈화문은 전국 도로망의 기준점이 됐다. 지금의 돈화문로는 어도(御道), 임금의 길로서 왕과 백성이 만나 소통하고 여론을 듣는 장소였다.
서울시가 최근 돈화문로 일대 재정비에 나선 건 이처럼 역사적 가치가 깃든 유산을 그냥 묵혀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를 거쳐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울의 다양한 역사가 압축된 도성 한복판임에도 도시구조가 바뀌면서 낙후되고 정체성이 약한 지역으로 인식돼 왔다.
10여년 전부터 각종 사업을 준비하고 정비계획을 세우길 반복했는데, 이번에 인근 주민과 전문가, 공무원이 머리를 맞대 지역의 역사성과 주민의 삶을 잇는 관점에서 재생방안을 고민해 역사인문재생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이번 계획은 율곡로에서 삼일대로, 종로, 서순라길 등 창덕궁 앞쪽 길을 아우른다.
삼일대로는 3ㆍ1운동 대표공간으로 꾸민다. 3ㆍ1운동 거점이던 탑골공원을 고증해 원형으로 복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으며 천도교 중앙대교당 수운회관과 공개공지를 활용해 기념공간을 조성키로 했다. 3ㆍ1운동 100주년을 맞는 2019년을 맞아 역사적 장소와 이야기를 알려줄 수 있는 투어프로그램도 선보일 예정이다.
진희선 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서울 400년 역사가 압축된 도성 한복판의 명성을 되찾고 숨어 있는 역사와 이야기가 지역의 새 활력기반이자 주민의 먹고 살 거리가 되는 재생사업을 만들고자 한다"면서 "계획수립부터 추진, 평가까지 전 단계를 주민 거버넌스 중심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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