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사과를 요구하며 이틀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집권여당의 대표가 단식을 감행하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 대표는 한 치의 물러설 낌새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 일부 의원들은 정 의장의 출근을 저지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야당에선 이 대표가 퇴로를 막아버렸다며 반발을 쏟아내고 있다. 국회 파행 장기화에 대한 우려도 곳곳에서 제기된다.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이틀연속 '반쪽'으로 진행됐다. 두 야당의 원내지도부는 대화와 타협의 여지 자체가 실종된 것을 걱정하고 나섰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원래 여야 간 원내의 극한 대치가 벌어지면 당 대표들이 나서서 교착 상태를 풀었던 전례가 있다"며 "집권당 대표께서 단식 농성을 하는 바람에 같이 머리를 맞대고 상황을 풀 수 있는 대화 채널이 다 끊긴 것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새누리당 대표가 의장이 사퇴할 때까지 단식을 계속하겠다고 하면서 이 불안한 정국에 휘발유를 퍼 넣었다"고 일갈했다.
앞서 단식은 국적과 시간을 넘어 정치사에 종종 등장했다. 보통 정치적 저항으로서의 단식은 극한상황에 처해 있을 때 나타났다.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는 영국의 식민지배에 저항하기 위해 18회나 단식투쟁을 했다. 남아프리카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은 감옥 안에서 죄수들의 인권투쟁을 위해 단식을 진행했다.
통상 정치적 행위로서의 단식은 관철시키고자 하는 현안에 대한 간절함을 표현한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이뤄내겠다는 의지인 까닭이다. 때문에 앞선 단식의 경험들로 몇몇 정치인은 정치 거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키도 했다. 교착상태에 대한 돌파력과 정치력 등을 인정받는 식이다. 역사에 두고두고 회자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다만, 단식은 때론 양날의 검이다. 다수의 대중은 이를 일종의 정치적 이벤트로 보기도 한다. 근본적으론 건강상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실제 23일 단식 경험자인 YS는 2003년 최병렬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비리에 대한 특검을 촉구하며 단식에 돌입하자, "좀 지나면 정신이 오락가락 한다"며 "굶으면 죽는 것이 확실하다"고 직설했다.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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