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문제원 기자]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25일 오후 사망한 농민 백남기(69)씨의 사인을 놓고 경찰과 유족ㆍ시민단체간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경찰은 물대포 직사에 의한 사망이 아닐 수 있다며 부검 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이 기각하자 재청구를 검토 중이다. 유족ㆍ시민단체ㆍ야당은 "사인이 명확히 밝혀진 상태에서 부검을 하자는 것은 잔인한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중앙지법은 26일 오전 백씨의 시신을 부검하기 위해 신청된 압수수색 검증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경찰은 사망한 백씨의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전날 오후 11시께 부검을 위한 압수수색 검증 영장을 검찰을 통해 신청했다. 백씨의 사망 원인이 물대포를 직사당한 채 쓰러지면서 발생한 상해 때문이 아니라 다른 원인일 수도 있는 만큼 검증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은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 중이며, 일러도 이날 오후쯤에야 입장을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이날 오전 "아직 영장 재청구 여부와 관련해서 논의 중"이라며 "상황에 따라 결정이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야권은 이날 오전 경찰이 백씨의 부검을 시도한 것에 대해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유가족이 반대하는 부검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가시는 길만큼은 편안하게 가실 수 있도록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법원의 부검영장 기각과 관련해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존경한다"며 "고인에 대한 부검을 실시하려 한 것은 고인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고 비판했다.
한편 전날 백씨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층 주변에는 혹시 모를 경찰의 부검 영장 집행에 대비해 1500여명의 시민이 모이면서 경찰과의 대치양상이 밤늦도록 계속됐다. 경찰은 병원과 대학로 주변 등에 45개 중대 3600여명을 배치했다가 영장이 기각되자 6개 중대만 남기고 병력을 대거 철수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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