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M&A 성과 미흡…유통사업도 부진
부동산 등 매각 작년 부채비율 208%
몸집 불리기보다 내실다지기 필요한 때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이 야심차게 사들인 패션브랜드가 기대와 달리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년까지 매출액 3조원ㆍ영업이익 3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몸집 불리기에만 집중할 뿐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추가 투자에 나서지 않으면서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인수ㆍ합병(M&A)에만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을 게 아니라 기존 계열사 내실 다지기가 필요한 때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은 인수 당시 에스콰이아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품질경영, 브랜딩, 마케팅에 집중하기 위해 형지그룹 전체의 최고재무책임자인 강수호 전무를 에스콰이아 대표로 선임했다. 유통 전략도 백화점으로 강화하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인수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A백화점의 올해 에스콰이아 매출은 전년보다 1.2% 늘었다. 이는 전체 구두 부문 매출 신장률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다. 형지에스콰이아는 매출을 늘리기 위해 이례적으로 제품 가격을 최대 70% 할인 판매하는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 매장 수를 49개 늘리고 세일 마케팅을 통해 덩치는 커졌지만 수익면에서는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형지에스콰이아는 지난 7월까지 영업손실 29억원을 기록했다. 내년 중국 진출도 계획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형지는 중국시장에서 이미 쓴맛을 보고 물러난 이력이 있다. 최 회장은 2006년 크로커다일 레이디와 샤트렌을 갖고 중국에 발을 들였지만 고배를 마시고 철수했다. 자칫하면 더 큰 적자로 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패션그룹형지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은 유통사업도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최 회장은 2013년 서울 장안동 바우하우스 아웃렛을 777억원에 사들이며 유통 사업에 진출했다. 최 회장은 유통업을 미래 성장의 토대로 삼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1년 만에 바우스우스를 부동산 펀드로 전환해 코람코자산운용 펀드에 팔았다.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형지가 매장 운영권만 갖고 매달 임차료를 내고 있다. 다음달 완공하는 바우하우스 부산도 인허가 비리 의혹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룹의 유통업을 맡은 형지쇼핑은 자본잠식 상태다. 형지쇼핑은 최 회장의 딸 최혜원 씨와 아들 최준호 씨가 지분을 절반씩 소유하고 있다.
최 회장의 사세 확장 욕심 탓에 그룹 전체 재무구조까지 어려워지고 있다. 외형을 빠르게 키우기 위해 최 회장은 공격적인 M&A를 펼쳤고, 그 결과 자금운용 상황이 악화했다. 최 회장은 2012년 형지I&C 인수를 시작으로 2013년 학생복 엘리트, 여성복브랜드 캐리스노트, 쇼핑몰 바우하우스, 베트남 C&M 공장을 사들였다. 2014년에는 이탈리아 여성복 스테파넬과 프랑스 브랜드 까스텔바쟉의 국내 상표권을, 지난해엔 구두브랜드 에스콰이아를 품에 안았다.
부채비율도 덩달아 치솟았다. 패션그룹형지의 부채비율은 2013년 302%까지 올랐다. 바우하우스 매각과 각종 부동산을 팔면서 2014년 부채비율을 203%까지 낮췄지만 지난해 208%로 소폭 올랐다. 라이벌 기업으로 꼽히는 세정(55%)과는 대조되는 행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크로커다일레이디 등 효자브랜드가 뒷받침해줬지만 가두점 브랜드가 정체기에 접어든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면서 "외형 확장에 함께 내실도 다지지 않으면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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