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임원회의가 열렸다. 당장 영업을 중단하고 보수 공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은 묵살됐다.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고 난 이후 공사를 하기로 결정됐다. 그날 회의에서는 "하루 매상이 얼만데…"라는 얘기도 나왔다고 한다. 문제의 현장에는 칸막이를 쳐 고객들이 보지 못하게 했다.
붕괴가 시작될 것 같다는 시설 부장의 보고를 받자마자 경영진은 안내 방송도 하지 않은 채 황급히 백화점을 빠져나갔다. 건물은 불과 20초 만에 무너져내렸고 악몽처럼 500명 넘는 목숨이 사라졌다.
탐욕이 눈을 멀게 한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에는 그렇지 않지만, 수많은 인명을 앗아갈 수 있는 재난의 위험은 무시한다. 탐욕에 눈이 먼 한 사람이 돈과 권력을 쥐면 얼마나 무시무시해질 수 있는지도 잔인하게 각인시켰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권력형 뇌물 사건만 봐도 그렇다. 줄줄이 쇠고랑을 차도 눈앞에 돈이 놓이면 학습효과도 작용하지 않는 듯하다.
이제는 정말 다시 생각해야 될 때가 아닐까. 원전이 경제적이라는 주장을 내세우지만 향후 폐기 과정에 드는 경제적ㆍ사회적 비용까지 고려하면 그렇지만도 않다. 충분한 내진 설계를 했다는 얘기도 답은 아니다. 이른바 '지진 대국'이라는 일본은 내진 설계가 충분치 않아서 참사를 빚었을까. 자연의 변화를 인간의 예측 범위 내로 한정하기에는 핵의 위력이 너무 엄청나다. 우리는 들이지 말아야 할 것을 들였는지도 모른다.
한 생명의 소멸은 한 세계가 사라지는 것이다. 생명을 고려할 때 '기우'란 없다. 금이 갔을 때, 물이 샐 때 최악을 대비해야 한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