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장관 해임 건의안을 거부한 데 대해 청와대는 임명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장관에게 직무 능력과 무관하게 해임을 건의했다는 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은 모두 해소됐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해임 건의가 형식과 요건을 갖추지 못한 ‘국정 흔들기용’ 정치 공세라는 판단도 깔려 있었다.
새누리당은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국감을 포함한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하기로 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국회의장 형사 고발을 비롯해 사퇴 촉구 결의안 제출 등 사실상 ‘대야 전면전’에 나섰다. 이에 정 의장은 "헌법 및 국회법 규정에 따라 진행됐다"며 정면으로 반박했고 야당들은 박 대통령에게 해임 건의안 수용을 촉구하면서 ‘단독 국감’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로써 20대 국회에 기대된 ‘협치’는 물건너 가고 첫 정기국회부터 파행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새해 예산안과 민생법안 처리가 줄줄이 차질을 빚고, 야당 단독 국감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건 등의 온갖 의혹을 제대로 파헤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네티즌들은 "국민을 위하는 게 아니라 비서관 챙기는 데만 열 올리시고 국정 낭비와 국민 불안으로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서 어떻게 하시겠다는 것인지 도저히 모르겠다"고 말했고 다른 네티즌은 "얼마 전까지 국정일 해야 된다고 국회에 참석하라고 야당한테 핍박주던 여당은 어딜로 가셨을까요"라고 비꼬았다. 또 다른 네티즌은 "장관 한 명 해임안이 가결됐다고 국정을 주도하는 여당이 국감을 포기하는 무책임한 행태에 다시 한 번 더 놀란다"는 말을 남겼다.
또 일부는 "국감하지 않으면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 "대통령이 비상시국이라 말했으니 국회의장은 모든 법안을 직권 상정하고 표결하라" "정윤회, 최순실, 우병우를 국감 증인으로 세우라.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는 등 여당을 질책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여론의 목소리를 경청한 박 대통령이 불통과 오기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여야 협치를 선도할 수 있을까. 현재로선 답이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의 강경대응으로 내년 대선까지 15개월간 정치가 올스톱하는 일도 벌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안보위기와 경제침체의 복합위기에 처한 대한민국호는 어디로 갈까?
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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