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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 "그냥 편하게 사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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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TV 프로그램 ‘삼시세끼’에서 차승원은 남자 배우답지 않은 뛰어난 요리 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회, 매운탕, 제육볶음부터 빵까지 요리 종류도 다양하다. 파트너인 유해진은 하루 종일 요리에 쓰일 식재료를 구해오느라 바쁘다. 두 사람의 일과를 보면 말 그대로 세끼 식사를 차려 먹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쓴다. 차승원은 실컷 요리 해놓고 “뭘 해서 먹어. 담부턴 그냥 편하게 사먹어”라고 말한다. 자급자족이 과정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비효율적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요즘 우리는 식사를 한다고 할 때 꼭 집에서 해먹는 밥만을 떠올리지 않는다. 집밥과 외식을 포괄한다. 외식이 꼭 특별한 날에만 하는 행사도 아니다. 시대가 바뀐 탓도 있지만 효율성을 택한 결과인 영향도 있다.
그럼 사업은 어떠한가. 모래밭 사진 한 장 들고 조선소를 세운 정주영 회장처럼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모습이 아직도 우리가 생각하는 사업의 이미지인 것 같다. 집밥만이 진짜 식사라고 여기는 듯이 말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 기업들은 뭐든 직접 일을 벌이는 경향이 있다. 어떤 아이템이 뜨면 다들 사내에 사업부를 신설해 제품부터 만들고 본다. ‘만들어 경쟁한다’는 게 기본 사업 원리다.

하지만 투자자인 필자의 눈에서 볼 때 그 성공 확률은 높지 않다. 뜨는 분야에 딱 맞는 실력을 두루두루 갖추고 있는 회사가 많지 않은 까닭이다. 제품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상대적 경쟁력이 부족하다. 국경이 의미가 없어진 시대에 국내뿐 아니라 해외기업들과도 소비자를 두고 직접 경쟁을 해야 하니 그들보다 현격히 낫지 않으면 제품이 나왔다 한들 선택을 받지 못하니 무슨 소용이겠는가. 차승원의 요리는 사먹을 식당이 거의 없는 섬에서나 의미가 있지 서울에서라면 얘기가 다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지금이 저성장 시대인 탓에 있다. 대부분의 영역에서 공급은 과잉이고 수요는 부진하다. 대부분의 기본 욕구가 충족돼 있다 보니 신제품으로 소비자를 설득해 시장을 창출하기가 무척 어렵다. 만약 출연자들이 배부른 상태라면 요리 실력만으로 그들을 만족시키는 건 천하의 차승원에게도 매우 도전적인 과제일 것이다.
답은 그의 말에서 찾을 수 있다. 기업들도 이제는 사먹어야 한다. 즉, 집밥에 연연하지 말고 맛있는 식당에 가서 지갑을 열어야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 기업들은 지갑이 두둑하다. 좋은 기업은 과하지 않은 가격에 인수하되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은 원하는 곳에 내어준다면 금상첨화다.

이런 점에서 보면 역시 삼성이 빠르다. 화학, 방산, 프린터 등 비핵심사업은 팔고 프리미엄가전, 배터리, 클라우드, 전자결제 등 핵심사업을 강화할 수 있는 부문은 통째로 혹은 지분참여로 사들였다. 동원그룹도 잘 사먹는 능력을 갖춘 곳으로 다른 기업의 모범이 될 만하다. 영역확대를 위한 식품사 인수(삼조쎌텍, 덴마크우유), 수요처 확대를 위한 해외기업 인수(스타키스트), 미래사업 강화를 위한 인수(테크팩, 동부익스프레스) 등 목표를 뚜렷이 한 전략적인 접근이 탁월하다. 대기업에서는 한화, CJ그룹도 이 부분에 일가견이 있다.

과거 주식투자자가 상장기업에 기대한 건 만드는 능력이었다. 지금은 이에 더해 투자 능력을 기대한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를 만나보면 한국기업들이 지금껏 쌓아둔 돈을 어떻게 쓰는지에 관심이 많다. 현대백화점 같은 보수적인 회사도 인수에 나설 정도로 기업들의 변화 노력이 감지되고 있다. 우리 같은 투자자들이 할 일은 적극적인 시도와 탁월한 결정을 하는 기업들을 선별하는 것이다. 성장은 집밥에만 있지 않다. 맛집 지도 또한 높은 부가가치의 원천이다.

최준철 브이아이피 투자자문 공동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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