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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의 문화 프리즘]14개의 첼로 선율, 서울의 가을밤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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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솔리스트 첼로앙상블 10주년 공연

서울솔리스트 첼로앙상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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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낙엽, 커피….

여기에 첼로로 연주하는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들으면 계절을 실감할 수밖에 없다. 프란츠 슈베르트가 작곡한 이 곡은 옛 악기 '아르페지오네'를 위해 만들었다. 이 악기는 '기타 다무르'라고도 불리는데, 여섯 현을 활로 비벼 소리를 낸다. 현대에 이르러 아르페지오네는 흔히 연주되지 않는다. 슈베르트가 만든 소나타만 남아서 악기를 추억하고 있다. 이 곡은 첼로의 음역과 음색에도 잘 어울린다.
첼로의 음색을 가리켜 흔히 '고독한 영혼의 목소리'라고 한다. 사람의 목소리를 닮았다는데, 선남선녀의 목소리로는 적당하지 않으니 필시 고매한 영혼의 소리렷다. 현대 클래식음악에서 현악기의 간판은 바이올린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첼로 음악 듣기를 꺼리는 클래식 애호가는 많지 않다. 첼로의 고음은 듣는 사람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섬세하고 솔직하다. 충만한 정서를 느끼게 해준다.

오래된 첼로 애호가라면 파블로 카잘스를 최고로 칠 것이다.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는 한국에서 매우 인기가 있다. 날렵한 운궁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모은 미샤 마이스키, 비운의 천재 재클린 뒤프레, 중국계 천재 요요마도 충성도 높은 애호가 그룹을 거느렸다. 나는 안너 빌스마, 야노시 슈타커, 안토니오 야니그로의 팬이다. 첼로 음반 한 장을 고르라면 그가 외르크 데무스와 협연한 베토벤의 소나타를 집겠다.

첼로의 깊고 그윽한 매력은 대중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 악기는 결코 무뚝뚝하지 않다. 잘 찾아보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레퍼토리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도 다녀간 베를린필 12첼리스트(Die 12 Cellisten der Berliner Philharmoniker)는 매우 대중적인 곡을 자주 연주해서 인기가 있다. 팝그룹 비틀즈의 노래를 편곡해 연주한 음반(The Beatles in Classics)은 매우 많이 팔렸다. 한국에 와서는 탱고와 보사노바도 연주했다.
국내에도 첼로연주자들만 모인 연주단체가 꽤 있다. 그중 '서울솔리스트 첼로앙상블'은 벌써 창단 10주년을 맞았다. 서울솔리스트 첼로소사이어티 단장이기도 한 음악감독 송희송이 첼로 연주자 열네 명을 리드한다. 그 동안 매년 정기연주회를 두 번 열고 다양한 기획연주도 했다. 2014년에는 서울시가 지정하는 예술전문단체가 되어 유럽과 일본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이들은 오는 10월 9일 오후 6시 LG아트센터에서 창단 10주년 기념음악회를 연다.

연주회에서는 지난 10년 간 이 단체가 연주한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를 비롯하여, 영화와 애니메이션 주제곡(OST), 탱고와 팝 등 다양한 레퍼토리 중 관객들이 가장 좋아한 곡들을 골라 연주한다. 1부에서는 레너드 번스타인의 '투나잇', 바흐의 '샤콘느', 몬티의 '차르다시'와 '제임스 본드 카지노 로열'을 연주한다. 2부에서는 양일오의 '엄마야 누나야 캐논', 박종엽의 '반달의 탱고', 생상의 '백조'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히사이시 조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주제음악, 피아졸라의 '사계' 등도 들려준다.

혹시 1, 2부 연주를 할 때 잠깐 졸았던 관객도 3부에는 눈을 번쩍 뜰 것이 틀림없다. 엔니오 모리꼬네 '러브 어페어'와 롤프 뢰블란의 '유 레이지 미 업', 영화 캐리비언의 해적 중 '그는 해적이다' 그리고 더 클래식의 '마법의 성'을 쉰 명이나 되는 첼로연주자들이 대편성 첼로오케스트라로 연주할 예정이다. 앙코르로 어떤 곡을 연주할지는 모르겠다. 어떤 연주회에서는 앙코르로 연주하는 곡이 진짜배기일 때도 있다. 피아노곡인 '왕벌의 비행' 같은 곡은 대개 앙코르로만 연주하지 않던가.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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