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 특별전서 '청춘극장'·'감자' 등 출연작 20편 상영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세련된 정장에 클로슈(종 모양의 여성용 모자)를 쓰고 미소를 짓는다. 언뜻 보면 새침데기지만 몸가짐이 조심스럽고 얌전하다. 풋풋한 얼굴 속 맑은 눈망울에서 청순한 아름다움이 새어나온다. 영민(강신성일)이 운옥(고은아)의 애정공세를 까맣게 잊고 빠져들 만하다. 강대진 감독이 연출한 영화 '청춘극장(1967년)'의 신여성 유경이다. 1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배우 윤정희씨(72)의 싱그러운 매력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는 이 영화로 일약 스타가 됐다. 쉼 없이 '안개(1967년)', '까치소리(1967년)', '내시(1968년)', '감자(1968년)' 등에 출연해 문희(69), 남정임과 함께 1960년대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열었다. 올해는 데뷔 50주년이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이를 기념해 22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시네마테크KOFA에서 특별전 '스크린, '윤정희'라는 색채로 물들다'를 연다. 청춘극장을 비롯해 감자, '장군의 수염(1968년)', '황혼의 부르스(1968년)', '여섯 개의 그림자(1969년)', '석화촌(1972년)', '태백산맥(1975년)', '시(2010년)' 등 스무 편을 상영한다.
그는 반세기 동안 영화 330여 편에 출연했다. 지고지순한 여인부터 강인한 여성까지 다양한 인물들을 연기했다. 왕성한 활동의 비결로 윤씨는 가족을 꼽았다. 그는 "행복하게도 남편(백건우)이 영화를 더 좋아한다. 바이올리니스트인 딸(백진희)도 국제영화제에 심사를 할 때 데리고 갈 정도로 전문가다. 가족이 신경을 많이 써 준 덕에 힘든 시기를 이길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연기를 하고 싶다. 좋은 시나리오만 있다면 언제든지 뛰어가겠다. 내 직업은 영원하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