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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삶터] 주주총회를 생중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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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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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주총 데이'라는 해괴한 날이 있다. 매년 3월 많은 기업들이 주주총회를 여는 날이다. 올해는 금요일인 지난 3월25일에 818개의 기업이 주주총회를 열었다. 언론들은 아무 비판 없이 '사상 최대'라는 수식어를 써 가며 마치 기록갱신이 좋은 일인 양 떠들었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사상 최대의 슈퍼주총 데이'는 가장 많은 주주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박탈당한 날이라는 의미다.

전업투자자를 빼면 평일에 열리는 주총에 참여할 수 있는 투자자는 극히 적다. 월차를 내서 참여하려고 해도 하나의 기업을 선택해야 한다. 딱 한 종목에 투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기업들은 주총을 한날에 몰아서 하기 때문이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주주총회에 참여하기 어렵고, 그래서 주주들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면 주주자본주의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주주들의 권리를 보장하기가 너무 어렵다면 몰라도 우리는 사람과 사람을 넘어 사물과 사물이 연결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주주들의 권리 행사를 의도적으로 방해할 의사가 없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첫째는 주주총회를 휴일에 여는 것이다. 전 직원이 출근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1년에 한 번 있는 주총을 굳이 평일에 열 까닭이 없다. 또 12월 결산법인이라고 해서 꼭 3월에 주총을 열 이유도 없다. 2~3개월에 나눠 휴일에 주총을 열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주주들이 참여할 수 있다.

휴일이라도 사는 곳이 주총 장소와 멀다면 참여하기 어렵다. 그래서 현장에 가지 않더라도 의결에 참여할 수 있는 전자투표제도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2009년 전자투표제를 도입했으나 이는 의무가 아닌 이사회 결의사항이다. 코스피과 코스닥 기업 1984개 중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은 425곳에 불과하다. 국회와 정부 당국은 대주주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고 싶다는 고백을 하든지 전자투표제를 도입하지 않는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주주총회의 생중계다. 주총에 가지 못한 사람은 그 자리에서 어떤 논의가 오가는지 알지 못한다. 대주주의 말이 설득력 있다면 그에게 표를 줄 것이고 주총에 참여한 소액주주의 말이 옳다면 거기에 표를 던질 것이다. 대화창에 자신의 의견을 남기면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대신 읽어줄 수도 있다. 개인도 자기 방에 앉아서 방송을 하는 세상이니 기술적인 어려움은 없다.
현재 우리나라 주주총회의 제도와 관행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주주들의 돈은 필요하지만 주주들의 참여는 최선을 다해 막고 싶다.' 이게 아니라면 휴일에 분산해서 주주총회를 열고 이를 생중계하면서 멀리서도 투표할 수 있는 전자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견제 받지 않는 모든 권력은 부패한다. 기업도 다르지 않다. 걸핏하면 터져 나오는 기업 오너들의 부정부패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사람은 누구나 간섭받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니 대주주가 자발적으로 주주들의 참여를 보장할 거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제도를 도입해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 도대체 주주들의 참여를 막는 주식회사가 말이나 되는가.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주주에게는 번거로운 일이겠지만 주주들의 활발한 참여는 기업을 건강하게 하고 우리 자본시장을 튼튼하게 할 것이다. 다함께 잘 살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시행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박영옥 주식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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