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국토지리정보원에서는 지도국외반출협의체 회의가 열렸다. 협의체 이후 국토지리정보원장이 간단한 브리핑과 질의응답을 받을 예정이었다. 구글은 지난 6월 한국 정부에 정밀지도 해외 반출을 신청했다. 한국 정부는 규정에 따라 60일(근무일수 기준)이내에 이에 대한 답을 주어야 했다. 24일은 그 시한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6시가 되자 국토지리정보원장이 긴장한 얼굴로 강당에 들어섰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고 기자들의 눈과 귀는 국토지리정보원장에 쏠렸다. 결과는 '허용'도 '불허'도 아닌 심사 보류. 여기저기서 허탈한 탄식이 쏟아졌다. 브리핑이 끝난 후에도 한동안 질문을 하겠다고 손을 드는 기자가 없을 정도였다. 전혀 예상 밖의 결과라 무엇을 질문할지 당장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수개월간 국내 정보기술(IT) 업계를 갈라놓았던 지도 반출 이슈는 이렇게 또 2~3개월을 더 끌게 됐다. 이번엔 통상 마찰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문제가 더욱 복잡해졌다.
구글 지도 반출에 대해 찬성하는 쪽도 반대하는 쪽도 모두 '국익'을 앞세우고 있다.
반출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국가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안보를 내세운다. 또, 구글이 국내 정밀 지도를 반출할 경우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한다. 정치권에서는 "지도 주권을 지켜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각자의 입장에서 모두 맞는 얘기일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막연한 추측이나 감정을 떠나 정확한 사실 관계를 따져야 한다. 아쉽게도 그동안 구글 지도 반출과 관련한 논의는 그러지 못했다. 구글과 한국 정부는 향후 협의과정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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