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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탈루 의혹에 휘말린 '인순이'가 대중에게 보여야 할 최대한의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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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순이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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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STM 윤지혜 칼럼] 생각해보면 연예인은 독특한 직업군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인 사랑과 관심을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가치로 환산해 삶을 영위해가는 사람들인 까닭이다. 그렇기에 그만큼 그들이 져야 할 눈에 보이지 않는 책임감이, 보통의 우리들의 것보다 큰지도 모르겠다.
가수 이미자에 이어 가수 ‘인순이’다. 특히 ‘인순이’는 앞서 2008년에 탈루의혹 혐의를 받아 약 8억원 가량의 추징금을 낸 바 있으니, 팬은 물론이고 지켜보는 대중의 마음도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이는 인순이라는 한 공인에 대한 실망감만으로 이야기할 수 없다. 인순이의 ‘거위의 꿈’을 들으며 수없이 많은 위로를 받았던 사람들의 마음까지 한꺼번에 농락당한 거나 마찬가지이니까(그나마 다행인건 원곡 가수가 인순이가 아닌 카니발이란 점).

우리는 이제 ‘거위의 꿈’을 들으며 순전히 ‘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란 가사만 떠올리기는 글렀다. 재차 이루어진 인순이의 탈루 의혹을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물론 ‘뮛이 중한디?’라고 되묻고 싶을 수도 있겠다. 과거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현재 일어난 의혹은 아직 진행 중에 있어 가타부타 말할 수 없고, 가수는 노래만 잘 부르면 되고 배우는 연기만 잘 하면 되지 않냐 혹은 연예인, 유명인이란 이유로 마녀사냥이 아니겠느냐, 정작 더 많은 불법을 저지르고도 잘 살고 있는 일반인들이 수두룩하지 않냐며 되물을 수 있겠다.
우선 의혹일 뿐이라면 힘을 다해 증명하길 바라고, 여기서 중한 게 무어냐면 불가피하게 돈으로 환산되긴 했어도 여전히 소중하게 다루어야 할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 신뢰, 소망 등의 가치를 훼손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노래나 드라마, 영화가 뭐라고 힘을 들여 번 돈을 내어놓는가. 아름다운 노래나 감동적인 이야기는 우리 마음의 벽을 허물어 험악한 현실 뒤에 숨겨져 있는 사랑스러운 가치들을 발견할 수 있게 한다. 때론 마음을 풍요롭게 만드는 공감의 힘으로, 또 때론 신기루이긴 하지만 판타지의 힘으로 위로와 격려, 기쁨과 설렘을 제공하니 우리는 기꺼이 우리의 주머니를 여는 것이다.

즉, 우리는 연예인으로부터 돈으로 환산된 가치를 받아 누리기에, 이 가치가 온전한 형태가 아니었을 때 받는 충격의 여파는 무조건 크다. 속았다, 농락당했다는 느낌은 당연하고, 더욱이 판타지가 얹어져 형성된 사랑이고 신뢰이고 소망이다. 이것이 무너짐으로 인해 갖는 실망감과 공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으며, 빈자리에 찾아드는 현실은 이전보다 한층 더 짙고 무겁고 낮을 수밖에 없어, 어느새 우리 입에선, 이럴 줄 알았다, 믿을 만한 사람 하나 없다, 세상이 원래 그렇다 등의 염세주의적인 말만 맴돌게 된다.

처지를 불평할 필요도 누굴 원망할 필요도 없다. 대중의 사랑과 관심으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이 불법을 저질렀다는 것은, 혹은 연루된 의혹이 있다는 것은 자신에게 아낌없이 내어준 사람들의 마음이 더럽혀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동일한 잘못을 저지른 일반인보다 더 가혹한 처사를 받는다 할지라도, 설사 그것이 터무니없는 논란이라 할지라도 감수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래야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가 훼손되는 일을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으니.

더욱이 인순이의 경우 탈루 의혹이 처음 일어난 게 아니며 이미 혐의를 인정받은 전적도 있다. 당시엔 잘 몰랐다는 변과 그녀를 향한 동정심이 사건을 무마시키는 데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더 이상 변명의 여지는 없으리라. 재차 의혹을 받는다는 것만으로 상당수의 대중이 마음에 보이지 않는 상처를 입었을 테니, 정말 의혹일 뿐이라면 온 힘을 들여 진실을 밝혀내길 바란다. 끝까지 솔직하고 올바른 태도로 조사에 임하고 나온 결과에 책임을 다하길, 이게 그동안 수많은 사랑과 관심을 준 대중에게 보일 수 있는 최대한의 예의다.



윤지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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