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호의 제언④]사법개혁·정부혁신이 곧 경제도약이다.

변양호 보고펀드 고문

경쟁이 공정하면 능력 있는 사람이 이긴다. 경쟁이 불공정하면 힘 있는 사람이 이긴다. 공정한 경쟁이 이뤄져야 힘 있는 사람 중심에서 능력 있는 사람 중심으로 바꿀 수 있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법 앞에 평등'을 이루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같은 법이 적용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 앞의 평등'은 사회정의를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경제 도약을 위해서 필요하다. 적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의 '법 앞의 평등'은 이뤄야 한다.

'법 앞의 평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해야 한다. 우리 검찰은 수사권도 가지고 있으면서 독점으로 기소도 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못 할 일이 거의 없다. 표적이 되는 피의자 주변의 인물들을 계속 소환해 원하는 답변이 나올 때까지 묻고 또 묻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별건 수사를 해 구속한다. 검찰에 시달리다 보면 검찰이 원하는 답변을 해주고 검찰과 타협하고 싶어진다. 이렇게 과잉수사로 만들어진 주변사람들의 진술을 근거로 피의자를 기소한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기에 가능하다. 반대로 아무리 수사해도 증거가 불충분한 경우에도 기소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중요한 수사는 연방수사국(FBI)이 한다. 경찰은 치안 유지와 일반 사건들을 처리한다. 검찰은 FBI와 경찰이 수사한 사건을 검토하고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수사기관이 과잉수사를 했다면 기소하지 않는다. 수사가 부실해 증거가 불충분해도 기소하지 않는다. 견제와 균형을 이루고 있다. 선진국의 기업인들은 그냥 자기 일만 하면 된다. 우리는 그렇지 않다. 검찰, 정치권, 언론 등 권력과의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하다. 재벌 오너가 계열사 사장을 뽑을 때에도 경영능력 보다는 네트워크 능력을 더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다. 권력의 표적이 되면 검찰이 무엇이든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견제와 균형을 찾아야 한다. 고위공직자비위수사처는 정답이 아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인력을 모아 '국가수사처'를 신설해야 한다. 수사는 국가수사처, 기소는 검찰, 치안 유지와 경미한 사건 처리는 경찰이 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법 앞의 평등'이 이뤄지면 재도약을 위한 또 하나의 조건인 사유재산권도 보호된다. 우리 헌법은 사유재산권을 보호하고 있다. 법이 엄정하게 집행되면 사유재산권은 보호되게 돼 있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 정부가 고쳐야 할 부분이 많다. 결정권한을 가지고 있는 정부가 그 힘을 공정하게 사용해야 공정한 경쟁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공기관을 비롯해 상당한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다. 인사권 행사 대상 기관을 둘로 나누어 보자. 산업은행과 같이 전문지식과 경험을 소유한 능력 있는 최고경영자(CEO)가 반드시 필요한 기관이 있고 단순히 관리 기능만 있어도 큰 문제가 없는 기관도 있다. 단순히 관리 기능만이 필요한 기관에 대해서는 선거에서 승리한 정권이 인사권을 행사해도 좋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비슷한 방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전문지식과 경험 등 능력이 필요한 기관에 대한 인사는 더 공정한 경쟁을 통해 최적의 인물을 뽑아야 한다. 사모투자펀드는 어떤 회사를 인수하든 전문 헤드헌터 회사 등을 활용해 최적의 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선임한다. 그 방법을 공공기관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 3~5개의 민간 헤드헌터 회사로부터 각각 5배수 정도로 후보자를 추천 받는다. 추천 이유와 함께 평판조회 결과도 받는다. 그 자료를 근거로 최선의 후보를 뽑으면 된다. 모든 기초 자료를 보관하고 선출과정에서 논의된 사항을 정리해 자료로 남기게 해 책임 있는 결정을 하게 하면 된다. 민간 헤드헌터회사는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기 어렵다. 한 번 적발되면 더 이상 영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관료 출신이라고 이익을 주거나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 출신과 관계없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최고의 인물을 뽑아야 한다. 현재의 경영진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어서 최적의 인물이라고 판단되면 몇 번이라도 연임해야 한다. 그래야 그 기관의 실력이 축적된다. 정부와 정치권이 그 동안 행사해 왔던 인사권이라는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 이런 정부혁신이 없으면 힘 있는 사람 중심에서 능력 있는 사람 중심으로 바꿀 수 없다. 경제가 재도약 할 수 없다.

변양호 보고펀드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