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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詩] 양자역학의 세계/김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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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을 먹다가 친구에게 끌려가 귀싸대기를 맞았다
 시작되었다

 해독 불가능한 언어가 귓속에 난무했다

 거기 모든 전쟁과 살인 폭행 자살과 관련된 모든 씹새끼들의 악죄와 알 수 없어 알 수 없이 죽어 간 나약한 자들의 울음소리와 지금도 끌려가 끌려가고 있는 모든 잠정적 폭력의 피해자 피해자들의 절규가 있다고 믿는다
 나는 귀를 움켜쥐고
 문이 닫힐 때까지

 거기 앉아 있었다

 신은 주사위 놀음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

[오후 한詩] 양자역학의 세계/김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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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 주사위 놀음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양자역학의 특히 그 확률론적 사고에 대해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유명한 문장이다. 시인은 왜 이 문장을 시의 마지막에다 옮겨 적었을까? 그리고 시의 제목은 왜 "양자역학의 세계"일까? 첫 행을 보자. "밥을 먹다가 친구에게 끌려가 귀싸대기를 맞았다". 그렇다. 폭력은 느닷없고 무작위적이다. 갑자기, 아무런 이유도 없이, 도처에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게 폭력이다. 그래서 매일같이 일어나는 폭력은 도무지 "해독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한다. 마치 양자역학의 세계처럼 말이다. 그러나 친구 간의 이 사소하다면 사소한 폭력 속에는 우리 세계의 모든 폭력이 잠재되어 있고 결정되어 있다. 내가 친구에게 맞은 피해자일 수도 있지만 또한 내가 친구를 때린 가해자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무서운 진실은 친구가 친구를 때리는 모습을 보고도 그저 물끄러미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친 그런 '우리'가 있었다는 사실이 아닐까.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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