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에선 호남 출신이라, 호남에선 새누리당이어서 서러웠다"고 토로
국민개혁위원회 출범, 새누리당의 호남지역 20% 지지율 획득 공약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새누리당에서는 호남 출신이어서, 호남에서는 새누리당이어서. 지난 세월이 참 서러웠습니다. 이제 여러분이 제 손을 한 번 잡아주시겠습니까. 오늘 제게 박수 한 번 보내주시겠습니까."
31일 오후 경남 창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의 8·9 전당대회 합동연설회. 이곳에선 유독 눈에 띄는 후보가 있었다. 점퍼차림으로 연단에 올라 지지를 호소하다가 스스로 울음을 터뜨린 이정현 후보(3선·전남 순천)였다.
하지만 그의 연설은 파격적이었다. "저도 한번 경상도, 우리 국회의원들처럼 박수 한번 받고 싶었다. (저도) 연호 한번 듣고 싶었다"고 읍소하자 객석에선 그의 이름 석자 '이정현'이 터져 나왔다.
이어 점퍼를 벗어 흔들며 연단 옆으로 집어 던졌다. 지난 '4·13총선'에서 전남지역에서 생환한 그는 "국민을 섬기는 마음을 키우기 위해 자전거를 탔고, 마을 회관에서 잤고 이장집에서 밥을 얻어 먹었다"며 그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제가) 당 대표가 되면 '잠바떼기'가 새누리당의 유니폼이 될 것"이라고 외쳤다.
친박(친박근혜)계로 분류되는 그는 당내 권력에 대한 날선 비판도 잊지 않았다. "야당의 시각으로 살피고 여당의 책임감으로 정책을 만들어 가겠다"면서 "지난 총선 패배의 가장 큰 요인은 낙하산 공천"이라고 꼬집었다. 이를 고치기 위해 4년 내내 상시 공천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가장 큰 공약은 호남지역 20% 지지율 도출이었다. 자신이 당 대표가 되면 이제 영남당이 아닌 전국당이 된다며 호남지역에서 20% 이상의 지지를 얻어 정권 재창출의 보증수표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 의원은 연설회 직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 대표 선호도 1위를 달렸다. 최근 청와대 홍보수석 당시 KBS 보도 개입 정황이 드러나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이날 연설회에선 지역주의의 벽을 깨기 위한 몸부림을 다시 드러냈다.
이날 연설회에는 이 후보 외에도 다른 당권주자 4명이 초반 승기를 잡기 위해 사자후를 토했다. 본격 여름휴가철과 무더위 속에서도 연설회장을 찾은 당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박근혜 정부의 성공과 내년 대선에서의 정권 재창출 등을 이슈로 삼았다. 이날 합동연설회가 열린 창원체육관 밖은 한낮 기온이 36.7도까지 치솟으며 폭염이 맹위를 떨쳤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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